칼 세이건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안인희 옮김┃동녘사이언스┃2만2천원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 낭비다.”

나체의 남녀 한 쌍이 그려진 그림, 태양계 다이어그램, 우리 은하에서 태양계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등이 15×24센티미터 크기의 황금 산화 처리를 한 알루미늄 판에 새겨졌다. 이 금속판은 1972년 3월과 1973년 4월에 각각 무인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당시 이 금속판을 태양계 밖으로 보낸 목적은 단 하나, 외계생명체에게 지구와 인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금속판을 도안한 사람이 바로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1934~1996)이다.

그는 1980년 9월 처음 방영돼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6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사로잡은 TV교양 프로그램 「코스모스」의 해설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문학계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을 이끌고 화성 탐사를 추진한 학자, 지구밖문명탐사(SETI)의 입안자 등의 모습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미국항공우주국은 그의 업적을 기려 1997년 7월 화성에 도착한 화성탐사선 이름을 ‘칼 세이건 기념기지’로 명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칼 세이건의 인생을 표현하는 데는 외계생명과 열정, 단 두 단어면 충분하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외계생명체를 주제로 한 과학논문만 약 300편을 발표했고 백혈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도 화성탐사계획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것을 찾아내고자 평생을 바친 그의 모습은 신화 속 트로이 문명을 역사적으로 입증한 슐리만에 견줄 만하다.



▲ 칼 세이건이 도안한 무인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의 메시지


지난달 20일 칼 세이건의 일생을 담은 책 『칼 세이건』이 번역, 발간됐다. 메사추세츠 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과학저술가로 활동 중인 저자 윌리엄 파운드스톤(William Poundstone)은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어조로 칼 세이건의 인생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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