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지식 네트워크를 위한 독서프로젝트’ 고병권씨 인터뷰

▲ 사진 : 신비아 기자

“생각 없는 독서, 긴장 없는 독서에 반대합니다.”

지난 13일(토) ‘시민지식 네트워크를 위한 독서프로젝트’가 청계천 청계광장에서 선포식을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여러 단체들이 특정 주제의 책을 선정해 읽은 뒤 서로의 사유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7월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처음 준비한 것으로 도서출판 갈무리, 서점 그날이오면, 대학연합동아리 인문학회 등 3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다. 『대학신문』은 이 프로젝트를 제안해 직접 추진하고 있는 수유+너머의 고병권 대표를 만나봤다.

고병권씨는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100만명이 넘기도 하는데 아직 세상이 바뀌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라며 “그 원인은 지적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고 프로젝트 제안 계기를 밝혔다. 그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단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지적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사회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독서 주제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 비정규직을 읽는다’이다. 고병권씨는 “비정규직 문제는 적게는 6백만에서 많게는 천만에 이르는 국민과 관련된 우리사회의 가장 뜨거운 현안”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에 대한 긴장 없는 독서를 반대한다”며 “의견 충돌이 많고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이는 문제에 대해 독서를 할 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 숫자만큼이나 선정 도서와 소통 방식 역시 다양하다. 수유+너머는 『부서진 미래』, 『88만원 세대』 등을 읽고 다중네트워크센터는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를, 남양주 덕소 또래글방은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등을 읽는다. 참여 단체들은 책을 읽은 후 토론하고 서평을 쓰며 온라인을 통해 이를 공유한다. 이 밖에도 도서출판 그린비는 영화를 상영하고 동대문 정보화도서관은 만화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단체끼리는 초대와 방문을 통해 소통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고병권씨는 ‘소통만으로 정말 세상이 바뀔 수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소통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 자체가 결과”라며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참여를 원하는 단체는 시민지식 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jisiknet.com)를 통해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오는 28일(일) 2시에는 모든 참여 단체가 수유+너머 연구실에 모여 토론 및 연구발표를 하고 다음달 17일(토) 폐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고병권씨는 “지식을 독점하던 대학이 시장화되면서 인문학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 독서클럽의 개수는 600여개에 이른다”며 “대중의 인문학적 욕구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적 네트워크 형성과 소통을 향한 그의 행보가 한결 힘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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