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숍

“세계의 물 위기는 물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물 관리의 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수해와 물 부족 현상은 물 관리 체계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빗물관리에 대한 학문발전과 기술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빗물학회가 설립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5~26일 빗물학회는 서울대 연구공원 본관에서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제7회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숍을 열어 ‘효과적인 수자원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

첫날 특별강연에서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 한무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최악의 자연조건으로부터 최고의 기술을’이라는 주제로 계절별ㆍ지역별로 불균등한 강우조건을 갖고 있는 한국의 수자원 관리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국내에 홍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외국의 물 관리 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천 근처에 대규모 빗물 처리시설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는 도시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수해나 산간지역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지리적 특색에 맞는 소규모 시설을 많이 설치하는 ‘분산형 빗물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워크숍에서는‘분산형 빗물관리’ 기술의 사례로 서울대 빗물관리시스템이 제시됐다. 김충일씨(건설환경공학부ㆍ박사과정)는 지붕이나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학원연구동(39동)에 설치한 ‘빗물저금통’을 소개했다. 그는 “빗물저금통은 필터를 이용해 빗물을 정화한 후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라며 “제작비용은 7년간의 수도요금 절감액으로 환수된다”고 설명했다. 빗물저금통은 쓰나미로 상ㆍ하수도시설이 모두 파괴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방에 보급돼 생활용수와 식수로 이용되는 등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 문정수씨(건설환경공학부ㆍ박사과정)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와 4개 기업이 공동으로 착수한 ‘버들골 빗물관리시설 시범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관악산에 캠퍼스를 개발하면서 건물ㆍ도로 등 포장면이 늘어나 자연스러운 빗물 침투가 불가능해졌다”며 “버들골에 빗물저장소를 건설해 빗물의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빗물의 순환을 회복시켜 인근 도림천의 건천화를 방지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워크숍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빗물관리 사례들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독일의 토마스 슈리퍼(Thomas Schriefer) 박사(독일 토양환경연구소)는 “빗물이 바로 지하수로 유입될 경우 지하수가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슈리퍼 교수는 ‘D-Rainclean’이라는 여과여재를 개발한 바 있다. 또 미국 환경운동가 브래드 랭커스터(Brad Lancaster)씨는 “애리조나 주 돌산에 소규모 돌 댐을 건설해 물의 흐름을 느리게 했다”며 “이로 인해 빗물이 지표면에 흐르게 됐고 좀 더 많은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무영 교수는 “독일의 여과여재로 한국의 집중호우를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다른 나라의 기술을 한국 상황에 직접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워크숍의 의의를 밝혔다. 또 빗물학회장 박주석 교수(서울산업대ㆍ환경공학과)는 “미래의 물 문제는 빗물관리에 달려있다”며 “이번 워크숍은 수해 방지 차원을 넘어 빗물을 모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형태의 물 관리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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