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 엄청난 배신 외

엄청난 배신

호레이스 저드슨 지음┃이한음 옮김┃전파과학사┃414쪽┃2만원




‘정상의 생물학자, 결정적인 논문 자료 조작해.’
지난달 10일 번역ㆍ출간된 『엄청난 배신(the Great betrayal)』은  노벨상을 받았던 볼티모어(D. Baltimor)가 논문을 조작했다는 마고 오툴(Margot O’Toole)의 1991년 3월 21일 증언으로 시작한다. 소위 ‘황우석 사건’과 비교돼 자주 언급되는 ‘볼티모어 사건’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과학 연구 부정행위. 우리는 더 이상 과학이 ‘진리를 발견하는 자율 체제’라는 명제에 동의할 수 없다. 조지워싱턴대에서 과학사센터 소장을 지낸 저자 호레이스 저드슨(Horace Judson)은 연구 윤리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사실 과학사를 보면 정상적인 체계와 기능을 발견하는 데 ‘결함’, 즉 비정상적인 사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내분비학에서 갑상선종, 소인증, 거인증 등은 갑상선과 뇌하수체의 기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고, 지질학에서 지진은 지구 내부 구조를 알게 해줬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연구 부정행위를 ‘과학의 탐구 과정에 있는 결함’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부정행위의 본질을 상세히 조사하는 것은 이 시대 과학이 무엇이고, 과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과학계에서 일어났던 볼티모어 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부정행위 사례를 진단한다. 저자는 연구 부정행위를 과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제ㆍ언론ㆍ종교와의 관계 속에서 논의를 확장한다. 그 예로 저자는 경제학자 맬서스의 이론을 과학에 적용해 지금의 부정행위가 과학계의 기하급수적 성장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한다. 경쟁이 치열해진 과학계는 각종 부정행위가 빈발하는 등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다. 그렇다고 발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 내에서 책임과 평가가 중시되는 분위기가 과학계의 구조적 변화를 이끈다고 보는 것이다. 박영인 교수(고려대ㆍ생명과학부)는 “연구물을 교묘하게 가공하는 사례가 빈번한 현실에서 연구의 진실성과 윤리성에 대한 심층적인 관점을 제공한다”며 이 책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황우석 사건’에 대한 국내 과학계의 자성과 해결책이 담긴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처음으로 황우석 연구팀에 문제제기를 했던 이형기 교수(캘리포니아주립대ㆍ의학과)가 펴낸 『잊지말자 황우석』이 지난달 4일 발간됐다.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은 황우석 사건을 한국의 의학계와 과학계의 관점에서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숨겨진 과학지상주의를 꼼꼼히 짚어낸다. 또 지난달 22일 출간된 김근배 교수(전북대ㆍ과학학과)의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은 한국의 과학 연구를 ‘과학-사회 네트워크’라는 중층적인 관점으로 분석해 황우석 연구팀을 둘러싼 문제들을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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