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 퀴즈쇼

퀴즈쇼

김영하 지음┃문학동네┃465쪽┃1만1천원

주인공 이민수는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혹시 ‘벽속의 요정’님이세요?” 채팅에서 만난 그녀로 착각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독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 주는 김영하의 신작 소설 『퀴즈쇼』가 발간됐다.

『퀴즈쇼』는 김영하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작품이다. 김영하는 지난 2003년 장편 소설 『검은 꽃』에 이어 지난해 『빛의 제국』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중의 인기와 문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쥔 스타 소설가다. 『검은 꽃』은 대한제국 시기의 망명자, 『빛의 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시기를 겪는 간첩이 주인공이었던 반면, 『퀴즈쇼』의 주인공은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가지도 않을 유학을 준비하며 취직은 하지 않는 ‘뼛속까지 게으른’ 인물이다.

백수 이민수는 주제가 ‘퀴즈’인 채팅방에 빠져 지낸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를 큰어머니라 부르며 자란 그는 유산으로 집을 받지만 고스란히 할머니의 빚을 갚는 데 소진한다. 그는 ‘이전 세대에 비하자면 거의 슈퍼맨’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난다. 그런 그 앞에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 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보여주며 퀴즈를 푸는 검투사로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제안을 두고 고민하는 그에게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에게 스파게티를 해주는 ‘벽속의 요정’과 거대한 저택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밤에, 함께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마셨던 ‘옆방녀’가 1.5평의 고시원에서 자살한 것이다. 그는 원인 모를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곧 ‘롱맨’이라는 이름으로 환상적인 퀴즈배틀에 매진한다. 방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현실인 듯 혼동되는 ‘환상’과 소통의 부재로 자살까지 하는 ‘현실’이 공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아이러니다.

중국의 루쉰이 『아Q정전』을 연재할 당시에도 독자들은 웃으면서 소설을 읽었지만, 동시에 신랄하게 풍자된 ‘아Q’의 행동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격분했다. 루쉰이 다급하게 연재를 마무리 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퀴즈쇼』에서 작가는 지금 우리 20대의 아이러니를 훨씬 따뜻하게 바라본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마음 편한 웹서핑’이었던 당신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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