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시대별 국내 베스트셀러’전시

시대 상황과 베스트셀러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베스트셀러는 한 시대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며 “각 시대별 베스트셀러는 과거를 반추하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도서관이 지난 1일(목) 교보문고 데이터베이스 등을 참고해 집계ㆍ발표한 ‘시대별로 보는 국내 베스트셀러’를 통해 시대와 베스트셀러와의 관계를 추적해 보자.

4ㆍ19혁명, 5ㆍ16쿠데타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서 창작행위도 경직됐던 1960년대. 최인훈의 『광장』,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혼돈 시대에서 실존을 고민하는 책이 많이 읽혔다. 조남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특히 196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카뮈, 사르트르 등의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많이 읽혔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이 소외계층의 삶을 대변해 인기를 끌었다. 조남현 교수는 “소설이 가장 대중적으로 읽힌 시기가 1970년대”라며 “급격한 산업화를 겪어 경제성장, 도시화 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 많았고, 한편으로 개인의 실존 문제나 사랑에 주목한 작품도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새삼 화제가 됐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도 이 시대 베스트셀러였다.

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에는 시대적 모순을 소재로 한 김홍신의 『인간시장』과 클라인바움(N.H. Kleinbaum)의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인기였다. 특히 이 시기에는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칼릴 지브란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등의 시집도 인기를 끌었다. 우울한 시대 상황 탓인지 ‘변치않는 사랑’에 대한 대중적 희구(希求)가 컸던 것이다. 금서로 분류되던 사회과학서적들이 1987년 이후 대거 출판됐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도 이때 나와 많이 읽혔다.

억압과 저항의 서사가 문학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1990년대. 류보선 교수(군산대ㆍ국어국문학과)는 “1990년대에는 특히 개인의 실존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소설이 인기였다”며 “신경숙과 은희경을 중심으로 한 여성작가의 소설이 약진했고,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다”고 밝혔다. 출판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91년부터 발행 도서에 국제도서표준번호(ISBN)가 부여돼 선진국형 출판 시스템이 갖춰졌다.

한편 1990년대에는 시ㆍ소설 등의 문학서뿐 아니라 인문, 경영, 외국어 서적과 자기계발 서적이 베스트셀러의 전면에 등장했다. 또 번역 작업이 활발히 진행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외국도서의 수가 국내서적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994년 처음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 등으로 『반갑다 논리야』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의 인문교양서도 인기를 끌었다. 『7막 7장』,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자기계발 서적의 강세도 1990년대를 이해하는 주요 코드 중 하나다.

2000년대에는 시ㆍ소설보다는 경영서, 어학서적 등의 실용서가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리포터』, 『다빈치 코드』 등 본격소설과 대중소설의 경계에 있는 소설만이 명맥을 유지했고, 순수문학 서적은 21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한 조정래의 『한강』 등을 제외하고는 대중과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황석영의 『바리데기』, 김훈의 『남한산성』 등이 한국소설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은?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소설은 최소한 3만부, 일반 서적은 1만부 정도로 본다. 정상에 오르는 베스트셀러는 1970~80년대에 보통 100만부를 넘겼으나, 1990년대는 30만부, 2000년 이후에는 10만부 정도로 줄었다.

베스트셀러의 집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집계 기관은 300여개 출판사 대표들이 모인 ‘한국출판인회의’, ‘교보문고’ 등이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매주 전국 주요 5개 도시 서점 및 온라인 서점으로부터 자료를 입수, 분석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한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높은 『성서』와 셰익스피어 작품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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