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학 학보사 대선 후보 공동 인터뷰 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 사진제공 : 로이터 통신

※정동영 후보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답변은 지난 8일(목) 받았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왜 대학생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가.

정치가 대학생의 관심 사항, 삶과 미래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게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관점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오며 양성평등을 실천했듯 청년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면 우리 정치와 대학생들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산업화 30년, 민주화 20년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 시대”다.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한 시대다. 시대정신이 정동영을 부르고 있다.

◆자신의 대학생활에 점수를 매겨본다면 몇 점인가. 대학생활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당신에게 대학은 어떤 공간이었나.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률적으로 점수를 매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1970년대는 유신 독재하에서 온 국민이 신음했던 시기다. 한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다. 반독재·민주화 투쟁이 대학생활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열하게 투쟁했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모든 상황이 1970년대 초반의 대학과 똑같다면 여전히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민주화되고 자유스러운 대학이라면 역사학도로서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미팅 한번 원 없이 해보고도 싶다.

◆이번 대선에서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무래도 등록금 문제일 것이다. 국공립대, 사립대를 막론하고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일부 사립대의 등록금이 연간 1천만원에 육박하고 물가상승률의 3배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는 등 선진국의 등록금 액수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고 있다. 이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0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은 6953달러로 미국의 1만 7777달러, 호주의 1만 3420달러에 이어 OECD 국가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학자금 대출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전체 가구의 80%까지 전면 확대하고, 기초학문 위주의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등록금 중 1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보조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사립대의 경우 투명한 회계제도를 도입해 대학에 필요한 재원을 명확하게 산출하고 사용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며 그 결과를 대학평가에 반영해, 특별한 규제를 가하지 않고도 과도한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겠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고, 구직 단념자,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자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19.5%나 됐다.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를 토대로 ‘한반도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 즉, 제2, 제3의 개성공단과 FTA 등 개방체제에 나서면서 새롭게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의 장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두 번째로, 청년층이 선호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고부가가치서비스산업(의료·법률·통상·금융) 육성은 물론, 사회서비스산업(보육·교육·간병·문화·돌봄서비스) 육성 등의 분야에서 임기 중 100만개 내외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청년들이 좋은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서비스 선진화와 취업지원 기능 활성화를 통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식 일자리 제공을 적극 추진하겠다. 첫째, 일자리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고용지원센터에서 원하는 일자리 정보를 얻고 지원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를 혁신하겠다. 즉, 청년고용의 새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일부 고용지원센터의 YES(youth employee system) 프로그램을 전국의 모든 고용지원센터에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둘째, 임기 중 직업훈련 기회 확대 및 평생교육체제 구축을 통해 현재 13.4%에 불과한 근로자 직업훈련 수혜율을 OECD국가 평균 수준인 37.5%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취업지원기능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학교가 학생 교육은 물론 취업까지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대학관련 공약 중 “학부 1·2학년을 대폭 축소하고 1·2학년 성적우수자를 3학년으로 선발하는 것이 보다 많은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성적으로 줄세우는 시기를 고3에서 대학 2학년으로 약간 늦췄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지 않나. 졸업 문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되나 대학 때 학점 이외의 다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들은 인생에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이 되면 사회대협약을 통해 대학이 본연의 역할, 교육과 연구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내가 교육중심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각 대학들이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 학생들은 입시고통에서 벗어나 고교 때까지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생의 경험을 넓히고, 대학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학문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학 3학년 진입은 지금 같은 대학 1학년 입시가 아니다. 대학 1·2학년 성적은 고교 내신이나 수능에 비해 사교육 의존도가 훨씬 떨어질 것이다. 대학 3학년의 전공교육을 공부할 학생을 뽑으면서 영어, 수학, 국어 시험을 볼 이유는 분명히 없기 때문이다. 대학 1·2학년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중·고등학교 때처럼 학원에 가야할지,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할지,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해야 할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이미 성인이 된 대학생 본인이 결정할 것이다.
또한 나는 대학을 연구중심의 대학원중심대학, 학부중심의 교육중심대학, 평생교육 및 직업중심대학으로 개편할 기본안을 가지고 있다. 만일 사교육의 도움으로 연구중심대학 3학년에 진입한 학생이 있다면 한두 달이 지나기 전에 후회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연구중심대학에서 적응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의 대학들 모두 2·3·4학년 전학이 활발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으로 알아서 옮겨가는 것이다.

◆대입전형요소를 단순화해 입시고통을 해소시키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수능전형이 9등급으로 단순화돼 학생들이 논술과 내신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보면 오히려 이 정책을 통해 대학에 자율권이 주어져 학생들의 입시고통이 더욱 늘어나지는 않을까.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을 많이 생각했다. 심야학원 현장을 찾아 아이들과 버스에 동승해 의견도 직접 들어보았다. 많은 고민과 토론 끝에 대학입시 폐지를 결심했다. 대학들이 학교생활부(내신)에 기록된 학업성적과 봉사활동,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를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현재 중학교 2학년 재학생부터 적용될 것이다. 또 수능시험이 고등학교 자격시험으로 전환되면 대학입시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줄 것이다. 자격시험으로 개편되는 수능시험은 재학생이 정규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공부했는지를 묻는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입시 부담이 없어져 사교육 과열현상도 해소될 것이 분명하다.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교육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소모적 논란이다. 3불 정책은 우리 교육현실에서 불가피하다. 교육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대학발전과 대학개혁을 외면한 일부 기득권 세력의 욕망이 담긴 3불 정책 폐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로 우리 교육이 발전할 리 없다. 본고사를 시행하면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조금 편리해질지 모르나, 우리 아이들과 가정은 더욱 고통스러워지게 된다. 본고사를 시행하는 나라는 중국과 일본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자신이 되고 싶은 대통령상은 무엇인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력직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케네디처럼 젊고 매력적인 대통령이 되고 싶다.

◆언론인 출신이다.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언론인 출신 후보는 드물었다. 자신의 경력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기자는 언제나 현장에 있다. 나는 기자로서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삶의 현장에서 만났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누구보다 잘 보듬을 수 있다고 본다. 기자는 또한 잘 듣는 사람이다. 잘 듣는 훈련이 되어 있다. 나는 ‘굿 리스너’를 넘어 ‘그레이트 리스너’가 되고 싶다. 또한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기자 시절에 50여개국을 누볐다. 지금 나온 대선 후보 중 글로벌 시대의 지도자로는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좌우명이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같은 것을 지향한다)라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러한 좌우명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서로 다른 이익이 충돌하는 정치사회에서 ‘구동전이’ 전략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겠는가.

구동존이는 대학시절 은사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좌우명으로 정치인이 된 이래 이 말은 나의 정치철학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한 말로 유명한데 중국정부의 실리추구 외교정책을 상징하는 말이다. 구동존이는 또한 통합을 의미한다. 세력, 지역, 계층, 남북을 통합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2020년 부산·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10년 민주세력 집권기 동안 정상회담을 두 번 이끌어내는 등 상당부분 성과가 있었고 정 후보 본인도 통일부 장관의 경험도 있지만, 북핵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과연 현실적인 공약인지 의문이다.

2020년 부산·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번영,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은 종전선언을 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군축 등을 통해 긴장을 더욱 완화할 것이다. 그 후 국가연합 등을 거쳐 궁극적으로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각 단계는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를 거쳐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리라 믿는다.

◆대학 특유의 문화가 사라지고 대학생은 ‘예비 취업자’로, 대학은 ‘취업준비학교’로 전락했다. 대학과 대학생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학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 젊은 인재들이 학문을 닦고 인격을 연마하는 최고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대학생들도 엘리트 계급으로서의 좋은 일자리에 만족하기보다는 다수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공동 인터뷰팀: 「고대신문」, 『대학신문」, 「성대신문」, 「연세춘추」, 「이대학보」, 「중대신문」, 「한양대학보」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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