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창작과비평┃247쪽┃9천8백원

소설가 한강의 ‘인간과 폭력에 대한 고민’이 마침내 완결됐다. 1997년 단편소설 「내 여자의 열매」에서 나무가 된 여자를 통해 식물로 표상되는 순수를 그렸던 한강. 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세편의 중편소설을 연이어 썼고 최근 이를 묶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펴냈다.

시간 순서로 이어지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세 작품에서 한강은 ‘채식주의자’인 영혜를 등장시켜 ‘육식’으로 표상되는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반감을 보여준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와 그녀의 주변사람 간의 갈등을 그린다. 영혜는 꿈에서 어린시절 개를 죽인 아버지의 야만성을 재인식하면서 육식을 거부한다. 이는 단순히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넘어, 육식으로 표상되는 인간 자체에 대한 경멸이고 삶에 대한 거부다. 결국 육식을 강요하는 주변사람들과 영혜의 갈등은 가족식사 시간에 영혜가 자해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로 시선을 돌려, 식물이 되고자 하는 영혜와 전위예술가인 형부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동물적인 인간사회를 드러낸다. 완결편인 「나무불꽃」에서 정신병원에 감금된 영혜는 치료를 거부하며 나무가 되길 원한다. “나는 이제 동물이 아니야. 이제 곧, 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지고 난 나무가 될 거야.” 결국 작가는 이 말을 통해 순수와 비폭력을 표상하는 ‘식물’이 되기를 바라는 한 인간의 갈망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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