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드러내기에 급급, 지향점 부족

『대학신문』대학면에서는 ‘동거’(‘대학생 동거’)를 다루었다. 하지만 기획의도가 전제한 것처럼 과연 동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태도는 ‘변화’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태도에서 어떤 태도로 ‘변화’한 것인지 이 기사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의 동거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결혼제도에 편입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의 시각차이는 결코 좁혀졌다고 보기 어렵다. 4, 50대의 시선에서 20대 초반의 소위 ‘요즘 젊은애들’의 동거는 “진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려스럽고, 20대들은 나름의 타당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동거 사실을 밝히지 못할 만큼 4, 50대의 견해에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일정부분 그 견해를 수용해버린다. 아마도 이 기획특집란이 초점 없이 산만했던 것은 어쩜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드러내는 데에 급급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대학생 동거’가 단지 동거 당사자만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그것이 이성애 관계의 의미있는 변화로 읽혀질 수 있을 때이고, 다음으로는 동거가 ‘결혼제도’와 겨루는 위치에 있을 때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 동거’에서는 기존 질서로부터의 단절이 아닌 ‘연속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학생 동거’는 부모에 대한 경제적ㆍ정치적 의존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감행 가능한 ‘연애의 한 방식’일 뿐이며, 결혼의 이전 단계로서 동거의 성공은 곧 결혼이 된다. ‘대학생 동거’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은 ‘가족비판’, ‘가부장제 비판’이 아니라 더욱 절대화되어가고 있는 ‘이성애의 중심성’과 ‘낭만성’이 아닌가.

 


대학신문이 견지한 동거에 대한 찬반 대립구도, 그리고 편리한 성생활로 전락할 위험스런 동거 문화에 대한 우려 모두, 결혼 전 성적 순결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성도덕이라는 ‘낡은 틀의 파생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대학신문에게 ‘진지한 자세’를 요구하고 싶다.

 


결혼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전통적 결혼관계가 갖는 성격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결혼 외부의 이성애 관계가 서로 다른 두 성의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이 되기 위해 형식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것이 지향해야할 내용에 관심을 두어야 하겠다.

 


최선영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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