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리차드 니스벳 지음┃최인철 옮김┃김영사┃248쪽┃1만2천9백원



21세기 학문과 지식은 분리ㆍ융합ㆍ변형을 통해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생소한 이름을 단 신학문 분야가 등장하고 대학의 학과 명칭도 더 ‘산뜻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의 몇몇 명문대학들은 미래의 지식변화를 탐사할 전담교수를 채용해서 흥미로운 연구 작업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대도 내년부터 연계전공ㆍ학생설계전공 등 제2전공 영역을 활성화해 미래학문의 다기화된 진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식의 진화방향과 구조, 그리고 지식생산의 주체인 인간의 ‘인식’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번에 소개할 몇 권의 책은 그런 관심을 담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숨겨진 질서와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융합지식을 다룬 『복잡계 개론』(윤영수ㆍ채승병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창조적 사고의 근원과 지식통합의 문제를 다룬 『생각의 탄생』(로버트ㆍ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에코의 서재)이 대표적이며, 동ㆍ서양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관념을 조명한 『생각의 지도』 역시 유용한 책이다.

그 중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생각의 지도』를 추천한다. 동ㆍ서양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자는 학문간 소통과 융합의 전제조건으로 ‘지식의 글로벌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식과 학문은 이질적 문화영역을 교차하며 더 넓고 포괄적인 관점을 확보할 때 진정한 수월성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ㆍ서양의 고전과 현대문명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그리스 철학과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철학을 대비하고,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과 서양의 ‘홀로 사는 삶’을 대위법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우열을 따지고 가치판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규칙ㆍ논리ㆍ범주화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서양의 인식구조에 대해 관계ㆍ유사성ㆍ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동양의 그것을 대비한다.

서양은 분석적 사고에 기초한 ‘양자택일(Either/Or)’ 지향성이 두드러지고, 동양은 통합적 사고에 기초한 ‘종합과 융화(Both/And)’ 지향성이 강하다. 서양인은 모순에 매우 엄격하지만, 동양인은 상충하는 두 주장 모두에서 진리를 발견하고자 한다. 저자의 이런 대위법적 비교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교수로 대표되는 ‘문명 충돌론’이 다소 돌발적이고 과도한 해석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문화적 차이의 수렴’,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그 많은 자료와 에피소드와 분석 작업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지점이다.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이 서로 융화되고 결국 상호 결합될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귀중한 진리를 위해 저자는 인류가 쌓은 지식의 창고를 뒤져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생각의 지도’를 건넨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의 지식경계를 넘어 인류보편적인 ‘세계화’로 나아갈 시대적 요청에 당면한 우리 학생들이 휴대해야 할 나침반과 같다.
이장무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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