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역으로

에드먼드 윌슨 지음┃유강은 옮김┃이매진┃688쪽┃2만5천원

“때로는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것들 중에서도 소중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소련은 무너졌고 마르크스 또한 잊혀진 지 오래다. 사회주의는 이미 죽은 사상인가.

부르주아 혁명전통의 쇠퇴에서 공산주의의 승리까지 러시아 혁명의 지적 기원을 담은 『핀란드 역으로(To the Finland station)』가 지난달 16일 이매진에서 완역 출간됐다.

『핀란드 역으로』는 미슐레, 비코에서 출발해 바뵈프, 푸리에 등을 거쳐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의 삶을 조명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라는 전환점을 거쳐 라살, 바쿠닌 등의 삶을 살펴본 뒤 레닌과 트로츠키를 비교[]분석하며 종착지인 핀란드 역에 다다른다. 핀란드 역은 1917년 레닌이 혁명으로 들끓던 러시아로 돌아갈 때 도착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역이다. 저자인 에드먼드 윌슨(Edmund Wilson)은 프랑스 혁명부터 러시아 혁명까지 가는 긴 여정을 생생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서술을 통해 보여준다.   

3부 「핀란드 역으로」에서 레닌과 트로츠키를 중점적으로 비교한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는 트로츠키를 “인간을 다루는 연구자라기보다 본질적으로 순이론가”라고 평한다. 트로츠키의 마음 속에는 살아 숨쉬는 인간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이론만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행동에 나섰다.

반면 레닌은 이론 속에서 살지 않았다. 그는 실제 상황과 현실의 인간만을 생각했고 직면한 사건들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역사는 미적거리다가 승리를 놓친 혁명가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지로 역사를 만들어갔다. 레닌은 트로츠키를 “문제의 실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지식인 특유의 공식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의 말을 인용해 행동하는 지식인을 강조하고 레닌의 손을 들어준다.
안효상씨(서양사학과 강사)는 “책에서 말하는 20세기의 여러 혁명은 특정 시대의 산물이지만 변화를 가능케 한 시대적인 열정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효하다”며 “『핀란드 역으로』는 최근 보수화돼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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