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지음┃이충호ㆍ임지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736쪽┃2만8천원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프란스 드 발 지음┃김희정 옮김┃새물결┃360쪽┃1만6천5백원

지난 4월 19일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교수와 학생 등 57명의 사상자를 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대학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가져왔던 ‘조승희 사건’이다. 미디어와 일반 대중은 ‘조승희’를 ‘사이코패스’의 전형으로 파악하고, 범죄가 나타난 징후와 그 배경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많은 심리학자들 역시 악을 저지른 개인의 기질적 경향을 밝혀내고자 노력해 왔다. 이른바 ‘악한 사람은 그 기질에 원인이 있다’는 통념이다.

지난 20일 번역ㆍ출간된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는 이러한 명제를 단호히 거부하고,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논의의 중추는 35년 만에 공개된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SPE)이다. SPE는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인 이 책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1971년 계획한 2주 예정의 실험으로, 그는 균일한 집단에서 임의로 추출한 학생 24명에게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의 역할을 맡겨 낯선 환경에서 어떤 심리 변화를 겪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계획과 달리 SPE는 6일 만에 종료된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평범한 학생들이 ‘담요에 가시 묻히기’ 등의 가학적 행위를 저지르고, 수감자 역할의 학생에게서는 신경쇠약 증세가 심해졌던 것이다.

이 책은 집단 동조, 권위에의 복종, 비인간화, 익명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황적 강제’를 이러한 행동 양상의 발인(發因)으로 보고 개인의 의지를 압도하는 상황의 힘을 사례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지난 2004년 발생한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은 SPE의 실증이며 9ㆍ11 테러 등이 또다른 예이다. 저자는 루시퍼가 타락한 천사들 무리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진 것처럼 선량한 개인도 상황적 강제의 영향으로 순식간에 악랄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루시퍼 이펙트』가 사회심리학적 분석으로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상황의 영향력을 갈파했다면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는 ‘선과 악’에서 가치 평가를 제외한 ‘공격과 화해’를 생물종의 보편적 테마로 인식했다. 책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의 유사성을 기점으로 미소짓기, 입 맞추기 등 유화적 제스처와 접촉 패턴에 대해 기호학적으로 접근한다. 저자인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석좌교수(미국 에모리대ㆍ심리학과)는 공격과 화해의 긴장 관계를 공동생활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파악했다.

『루시퍼 이펙트』와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모두 인간 개체의 선과 악, 공격과 화해의 전술을 개별적인 대상의 특질로 한정하지 않고 구조적인 시스템의 영역으로 확장해 해석한다. 또 선과 악, 공격과 화해의 테마를 이분하지 않고 이를 인간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로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두 책의 저자들은 폭력과 공격성이 인간의 기질에 근거한다는 단편적 이해에서 벗어나 선과 악이 혼연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최후의 보루로 제시한다. 『루시퍼 이펙트』는 사상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악(惡)의 평범성’과 대조되는 ‘선(善)의 평범성’을 역설한다. 이 개념은 상황적 힘에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누구라도 쉽게 영웅이 될 수도, 악을 자행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시스템의 힘을 억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방안을 모색한다. 이 책이 ‘데빌 이펙트(devil effect)’가 아닌 이유다.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는 침팬지, 보노보 등 여러 개체 특유의 평화 만들기 전략을 바탕으로 인간 평화의 조건을 제시해 생을 끊임없는 난전(亂戰)으로 파악하는 다윈주의 진화론을 반박한다.

폭력과 공격성의 양태는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해 왔다. ‘선과 악’, 이를 확장한 ‘화해와 공격’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선(善)과 평화의 상태에 도달할 최선등(最先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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