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생근 교수 불어불문학과 신범순 교수 국어국문학과


시는 무엇에 대해, 어떻게, 왜 써야 하는 것일까? 만주를 방랑했던 백석은 식민의 땅 밖을 배회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끝없이 헤맸다. 이상은 우리와 세계 전체의 존재 이유를 물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의 설계도를 그리고 싶어했다. 우리는 관악 캠퍼스의 사랑하는 제자들의 시에서 그러한 본원적인 문제들과 격투하고 고뇌하며 탐구하는 자세를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의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응모작들에서 깜짝 놀랄 만한 수준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예전보다는 응모작들의 언어구사나 이미지의 전개 같은 것들이 상투성을 많이 벗어나고, 여러 측면에서 세련된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치열한 정신적 고뇌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오유청의 「휴일」, 권보원의 「별」, 김정호의 「공습」, 이진성의 「봄의 각질」, 김혜민의 「거울」 등이 비교적 평범한 수준을 넘어선 작품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개성적 사유와 언어를 가공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가운데 「휴일」은 일부러 시적인 포즈를 취하려 하지 않으면서 진솔한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 노력한 것으로 인정되어 가작으로 뽑았다.

김기일의 「봄」과 이재경의 「길고양이 보고서」를 놓고 우리는 한동안 고민했는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개성을 독특한 말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은 감상주의에 빠져들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고, 「길고양이 보고서」는 삶의 좀더 광대한 진폭을 담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길고양이 보고서」를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겨울의 입구에서 이 신선한 시인들이 태어난 것에 대해 우리 함께 축하해주고, 앞으로 주목하며 그 시의 나무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기로 하자. 떨어진 낙엽들은 우리 땅의 영양분이 되어 흙을 기름지게 만든다. 비록 이번에 당선되지 못했어도 자신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그 주변을 기름지게 만드는 정신적 활력으로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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