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주 교육학과․04

참 이상한 일이지요. 부정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제 정체성을 소재로 쓴 이 소설이 제가 원했던 작가라는 정체성을 타인들에게 인정받게 해 주었고, 주인공들의 운명을 절망으로 몰아간 제게 이 수상소식이 그래도 제가 뭐 하나 그나마 잘 하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저는 늘 현실에서 도피하여 환상 속에서 행복해지고자 소설을 썼습니다. 그렇게 소설을 쓰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아무리 무의미하거나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 그러므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삶과 죽음도 결코 함부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수는 없습니다.

『청장관전서』의 그 기록을 봤을 때 서운이와 범이가 제게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열세 살짜리 어린 소녀의 죽음이 사치에 경종을 울리는 가십으로 취급되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이 소설이 서운이와 범이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싸움 전국 랭킹 1위였던 한우에게서 이름을 따온 범이도 제 마음에 아릿하게 남은 서운이도 개인은 작고 세상은 너무 클지라도 세상과 부딪치면서, 더 행복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나가야 하겠지요.

제게 샤프를 들어 「가체」를 쓸 용기를 주셨던 소설 『리진』의 ‘강연’씨,이 소설의 영감이 된 안동반촌으로의 한국교육사 답사를 함께 간 학우분들, 공부를 한 이후에 달라지는 범이의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해 주신 교육사회학 오성철 선생님, 조선시대 여성과 노비, 가체 등에 대해 연구해 주신 학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내 글을 읽어주고 평해주는 혜인아, 고맙다. 소설은 우열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믿기에 이 소설을 좋아해 주신 심사위원님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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