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 독어독문학과 석사과정․06

이 글은 저 자신의 ‘빈한(貧寒)’에 빚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으며, 아마도 ‘시간강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운이 좋으면 ‘정규직’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힘들어 보이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거나,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를 제외한 이 세상이 아주 빠르게 어딘가로 달려가는 것 같아, 좁은 방에 앉아서 먼 이국의 소설책이나 넘기고 있는 제 자신이 ‘가난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만화책을 읽으며 킥킥대거나 소설책을 읽으며 흑흑대는 ‘소녀’에게 밥을 주지 않으니까요. 대학교 4년 동안 경영서적 한 번 들여다보지 않았던 저는 순진하고 이상적인, 그래서 비현실적인, 고로 무능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무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무능한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오기, 나를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 이 모든 것이 저를 문학평론에 도전하게 만들었습니다. 만화책을 읽으며 킥킥대고 소설책을 읽으며 흑흑대던 ‘소녀’에게 밥과 영광을 주신 대학문학상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혹은 저와 같은 불안을 느끼는 모든 청춘들, 그 중에서 특히 H에게 이 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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