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현 교수 국어국문학과

비평과 논문을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로 동시대의 작품을 대상으로 했느냐의 여부를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평은 당대나 가까운 과거의 작품을 해석이라든가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양식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소식(蘇軾)이 지은 시 「제서림벽(題西林壁)」을 분석하고 감상하는데 치중한 「닿을 수 없는 그 아득한 진리에 대하여」는 평론으로 보기 어렵다. 각주를 달지 않았으면서 알기 쉽게 쓴 논문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여성작가 배수아의 작품들을 통해 욕망, 꿈, 단독자, 우울, 슬픔 등의 키워드를 추려내어 의미의 옷을 입히는 데 힘쓴 「개별적 우울의 보편적 감수성」은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나 문장 한줄 한줄을 엮는 과정에서 진실찾기보다는 치장하기에 힘쓴 듯한 점이 큰 문제로 남는다. 평론을 쓰는 동기의 하나가 비판정신에 있다는 상식도 이 글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이번 평론부문은 응모편수는 네 편밖에 안 되었지만 우수작 1편, 가작 1편을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수확이 컸다. 재미교포 2세인 수키 김의 소설 「통역사」를 정독하면서 모국어, 이민, 민족, 문학 등의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우효경의 「이민자 문학과 모국어의 문제」는 작품내용과 그 안팎에 얽힌 배경을 잘 파악하면서 차분하게 또 꾸밈없이 논리를 전개한 점이 눈에 뜨인다. 서술태도의 면에서 앞의 배수아론과 이 글은 좋은 대조가 된다.

고시원을 들여다 본 공통점을 지닌 박민규의 단편소설 「갑을고시원체류기」, 김애란의 단편소설 「기도」,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를 다루면서 오늘의 우리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드러내보이는 데까지 나아간 이경진의 「가엾은 내 청춘, 고시원에 갇혔네」는 작품들을 잘 읽어내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설득력있게 써낸 점이 두드러진다. 몇 가지 선행연구를 빌려오면서 자신의 논리를 객관화하려고 애쓴 점도 장점으로 남긴 하지만 앞으로는 생각이든 표현방식이든 치밀함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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