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교수 영어영문학과

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은 예년처럼 올해도 응모편수가 많지 않아 모두 세편에 불과했다. 세 작품 모두 대학생다운 의욕과 패기를 갖고 실험적 요소들을 도입하면서 나름의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희곡이라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독특한 장르이며, 공연의 특성과 제약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무대에 올릴 소재와 이를 무대화하는 문제 그리고 감상할 관객의 요인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우선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는 매스미디어의 복제된 정보전달의 지배를 받는 일상을 통해 독창성의 부재, 즉 삶이 그저 그렇다는 점에 대해 작가로서의 고민을 표현하려 했다. 일상의 진부함, 또는 지루함을 표현하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 사용-“환자분”, “뭔가를”, “박우희씨” 등-한 것과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 및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각 장들을 몽타쥬 기법으로 구성한 점은 돋보이지만, 여섯 장면으로 이루어진 각 장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명확치 않아 주제가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할 위험이 있는 점이 아쉽다.

「우리가 놓쳐버린, 흐르지 않는 정체성에 대하여」는 등장인물이 자아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완결되지 않는 대사들의 겹침과 뒤섞인 화자들의 어지러운 조합으로 잘 표현하였다. 또한 작품이 진행되면서 자아의 성장을 억누르는 사회의 기제가 여성성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 사회와 연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의 문제의식이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작품 내에서의 남녀관계-을 통해서도 극복되기 힘들다는 점을 독백성이 강한 대사의 나열로 표현하려 하였으나 그 의도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결점이었다.

「봄이 오면」은 인간관계를 계절과 연결시켜 순환의 의미로 보려한 점이 돋보였으나, 주제를 희곡적 기법을 살려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흠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시계 거꾸로 돌아가는 소리” 같은 지문은 작품을 읽을 경우 독자들은 그 의도를 알 수 있으나, 무대에서 재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즉 희곡적 기법과 소설적 기법을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사들이 서로 호응하지 않아 개연성이 결여되었거나 애매한 경우와 희곡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상황들이 가끔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세편 모두 대학생다운 의욕은 가득 차 있었으나, 장르적 특성에 투철하지 못한 점이 공통적인 흠이라 할 수 있겠다. 즉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중 사건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희곡의 기본 속성들 중 지문이나 사건의 개연성 등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 작품성이 많이 희생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무대위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자주 드러났다. 내년에는 희곡 장르의 특성을 살린 의욕적인 작품들이 응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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