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휴일
[시 부문 가작] 휴일
  • 대학신문
  • 승인 2007.12.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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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청

모든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다.
나는 집에 갇혔다.
쓸데없어진 몇 개의 동전들을
어루만지며
닫힌 문 안으로 들어왔다.
열린 문으로도 나가지 못했던 어제에 대한 후회
동전을 투입한다 해서
인간의 말 몇 마디 더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이러한 자기합리화와
아무 이유 없이 침묵하는 전화기
제발! 무슨 말이든 몇 마디 해 봐 기쁨과 즐거움을 팔아
벼르며 발을 들여놓았다가도 힘없이 도로 나오게 되는
길가의 수많은 가게들처럼 입이라도 떼어 봐
두 팔을 휘두르며 문 안을 돌아다닌다.
수백 개의 문이 동시에 닫히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초인종을 누른 것은 누구일까
길 건너 편의점에선 오늘도 컵라면을 팔고 있을까
편의점 안에서 나는 나의 간결한 언어를 사용한다.
육개장, 840원, 나의 언어이다.
형식과 의미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톱니바퀴가 꼭 맞게 맞물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러브레터를 써 본 지가 오래됐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한 끼 식사와, 나의 언어가 쉴 곳을 찾아 길 위를 배회하다가
치즈 돈까스, 4000원,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닫힌 문 속에
집 안에 갇힌 것이다. 침대와 책상은 나의 무엇을 위해 주어진 것일까
창살 밖의 어둠의 밀도...... 빽빽한 바람들이 몰려다니며
휴일을 맞은 집집의 지붕마다 모여 웅성거린다.
바람의 말, 바람의 말은 알 수가 없다. 암호가 해독되지 않는다면
며칠 후 나는 또 어디선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될 것이다.
김치 우동,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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