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제임스 왓슨의 『DNA: 생명의 비밀』 ….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역자가 관련분야 전공자인 이한음씨라는 점이다. 50여권의 다양한 과학 서적을 번역해온 이씨는 국내에서 흔치않은 과학서적 전문번역가다. 그런 이씨가 ‘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신동아」에 연재해온 글을 묶어 『호모 엑스페르투스(homo expertus)』 를 출간했다.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인류의 별칭을 연상시키는 제목은 이씨가 만들어낸 용어로, 그는 이를‘실험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번역한다. 저자는 호모 엑스페르투스의 본성을 가진 인류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껏 행해온 생물학 분야의 모험적인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자연과학 분야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실험을 추려내 소개한다. 하등동물이라 생각되는 물고기가 무시 못할 지능과 통각을 갖추고 있음을 밝힌 실험은 ‘인간을 정점으로 한 생물 피라미드’를 믿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 인간의 몸속에 박테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식하며 숙주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생물계에서 독립된 존재라는 착각을 불식시킨다.

책은 실험에 관련된 연구자들의 논쟁을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실험내용뿐만 아니라 각 실험의 역사적 맥락과 의의까지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렇게 전반적인 맥락을 제시해 줌으로써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과학자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저자가 각 실험의 인문학적인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의 경우, 대부분 저자의 상상을 제시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이한음씨는 집필 동기에 대해 “과학 실험들이 독자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일반 독자들은 과학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실험 자체보다는 실험의 의미를 통해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기대했다.

“모든 진화는 상대적이다.” 진화에서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많이 진화했느냐’가 아니라, ‘경쟁자보다 진화했느냐’는 것이다. 『호모 엑스페르투스』는 ‘상대적 진화’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알아둬야 할 지식들로 가득하다. 과학서적을 꺼리던 비전공자들도 두려움에서 한 발짝 나와 이 책으로 ‘낯선 실험’을 시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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