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
진실과 다른 것 많아
과학적 회의주의에 입각해
논리적 판단 할 수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우유부단하고 B형은 고집 세고 이기적이라고 한다. 특히 B형 남자는 연애 상대로서 기피되기도 하고 심지어 B형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광고를 낸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정말 혈액형과 성격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두 가지 관점에서 양자간의 관련성은 무시할 수 있다. 첫째,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희박하다. 둘째, 유전학적 관점에서 관련성이 있기 어렵다. 사람의 성격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한 개의 유전인자가 아닌 많은 수의 인자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교육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혈액형은 단일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이 단일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견해는 모순이다. 결론적으로 혈액형으로 성격을 논하는 것은 과학의 모습을 띤 흥밋거리에 불과하다.

과학 교육은 세상과 자연, 인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중요한 이유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로 회의주의적 사고를 배운다는 데 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증거를 수집하고 실험과 관찰을 하고 추론을 한다. 그 결과 가설을 폐기하거나 받아들인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련성은 과학적 회의주의에 입각한 관찰과 추론에 의하면 폐기해야 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회의주의는 과학적 진위만이 아니고 사회정치적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는 “노무현 정부는 좌파 정부여서 경제를 망쳤다”라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는 지난 대선에서 분명하게 표출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회의주의에 입각해 분석하면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했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으며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러한 정책은 전형적인 우파 정부의 정책이지 좌파적이라고 볼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망했다는 주장도 경제수치를 꼼꼼히 살펴보면 근거가 약하다. 지난 5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1천불에서 2만불로 크게 상승했고 주가지수는 500선에서 출발하여 17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수출은 사상 최대로 4천억불을 돌파했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과제가 되었지만 객관적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망했다고는 볼 수 없다.

혈액형과 성격의 이야기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보듯 우리가 주위에서 듣거나 신문·방송에서 접하는 정보는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심 없이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오해와 실수가 생기고 때로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과학적 회의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고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회의주의는, 개인의 판단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혈액형은 고집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B형이 아니고 우유부단한 O형이라고 한다. 역시 혈액형은 믿을 게 못 된다.

김진수 교수
자연대·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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