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무 총장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간 여러분들이 기울인 각고의 노력은 무엇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입학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많기에 변함없는 자세로 정진해줄 것을 믿습니다.

대학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고등의 지적 체계를 세우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연마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여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곳입니다. 인간은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고(observation), 느끼고(feeling), 상상하고(imagination), 설계하고(design), 적용하고 실천하며(application & practice) 삽니다. 이 과정에 무의식이 개입되기도 하고 편견과 경험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대학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가리고, 이들 영역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서울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상아탑의 내용을 보다 풍요롭게 채우면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정상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의 내용을 미래 패러다임에 맞게 다양화하면서 동시에 그 깊이를 더해 가려고 합니다. 또한 인류의 당면 과제들, 국가와 사회에 던져진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들에도 깊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혁신과 발전을 모토로 하되, 그 중심에 사람과 환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눈은 지금 여기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세계를 지향하고 더 나아가 우주와도 조우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가 그 토대와 계기를 마련해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다양한 지적·문화적 보고(寶庫)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매년 국내외 천여개 고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받는 이곳은 수많은 생각과 실천이 생동하는 곳입니다. 학문들 간에는 경계가 있지만 그 경계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그 무한한 세계에 빠질 수 있는 특권이 여러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학문은 시대정신과도 무관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여러분들은 미래를 위한 예지를 길러야 합니다.

서울대는 외국 명문 대학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강좌 및 공동학위 추진, 외국인 교수의 대폭 충원, 외국어 강의의 증설 등 대학의 국제화에 대한 날로 급증하고 있는 요구와, 교육 환경 혁신과 기초교육의 내실화 문제 등의 많은 과제들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를 사랑하는 많은 동문들과 교직원들은 대학의 재정 확충과 발전기금 모금에 나서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대학교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학으로 발전하여 오늘 신입생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 여러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에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학은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지적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대학들은 외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배움과 탐구의 과정에서 자율성을 만끽하되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면서 학업에 정진해 주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개인이면서 동시에 자랑스러운 한 사람의 관악인이고, 국가와 세계의 사명을 짊어진 사회인이자 세계인이 된 것입니다. 항상 ‘미래의 나’를 스케치하십시오. 자신이 사회와 국가의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늘 그려보십시오. 캠퍼스에서 갖게 될 여러 만남이 평생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도 충분히 배우십시오.

지식을 넘어 지혜를 창조하고, 나를 넘어 타인을 배려하고, 자기를 넘어 사회에 공헌하는 여러분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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