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율 공학계열·07

'‘현시대는 단문과 비문의 시대’라는 어느 학자의 말이 말해주듯, 인터넷과 유행어가 표준어를 비틀어버리는 현 사회에서 정확한 언어구사력과 문장구성력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서울대의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런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공대생들은 다른 단과대 학생들과 글쓰기의 능숙함에서 수준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대학국어를 수강하는 공대생들의 작문 실력을 보면 문과생들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인문대나 사회대 등 문과생들은 입시 논술을 준비했던 경험이나 수업에서 제출해야 하는 장문의 리포트로 평소에 글쓰기 능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에 반해 공대생들은 고등학교 때도 풍부한  글쓰기 경험을 하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공대생들이 수학적·공학적 지식들을 이용한 논문만을 써내는 것은 아니다. 공대생들은 앞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책임자나 전문가가 될 사람들이다. 자신의 소견이나 견해를 글을 통해 피력하거나, 연구 보고서를 써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때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 글의 전달력이 떨어진다면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당연하다.

물론 대학국어나 과학적 글쓰기 등의 강좌가 개설돼 공대생들의 글쓰기 실력 향상에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단순히 글 쓰는 방법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점과 대다수의 공대생들이 글쓰기 교육에 대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교육체계가 공대생들의 글쓰기 실력 향상에 적절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공대의 커리큘럼 자체가 매우 전문적이고 그 범위가 넓어 다양한 교양학습을 이수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글쓰기 능력의 향상은 공대생들에게도 필수적인 교육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공대생들의 균형 있고 적절한 글쓰기 교육을 위해 학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효율적인 글쓰기 강좌를 개설하고 관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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