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교국을 아십니까’를 마치며
‘미수교국을 아십니까’를 마치며
  • 김용범 객원기자
  • 승인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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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에서 집계하고 있는 전 세계 국가는 총 189개국이다. 집계에는 단서가 따라 붙는다. “‘대만’, ‘북한’제외”가 그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가운데 대만과 북한은 포함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에서 펴낸 2002년 『외교백서』에 따르면 한국과의 미수교국은 ‘쿠바’, ‘시리아’, ‘마케도니아’, ‘모나코’ 등 총 4개국이다.

 


대만의 경우 한국 정부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라 ‘중화민국’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하나의 나라로 공식 승인한 바 없다. 다만 사안에 따라 ‘북괴(北傀)’‘반국가단체’‘군사분계선 이북 지역’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간  아닌 잠정적 특수 관계로 간주돼

 

북한을 미수교국으로 분류하지 않는 근거는 우선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1년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관계는 국가간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고 못 박았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남북 관계의 성격은 2000년 7월 헌법재판소(헌재)의 판결로 재확인 됐다. 당시 헌재는 “남북기본합의서는 국가 간 조약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러한 특수 관계는 남북 교류에 따라 붙는 용어 속에서도 드러난다. 남북 사이에서는 통상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를 상정하는 ‘무역’, ‘수출ㆍ입 ‘출ㆍ입국’ 대신, ‘교역’, ‘반출ㆍ입’, ‘방문’의 표현이 쓰인다.

 


그와 함께 남북 ‘교역’에는 남북교류협력법률에 따라 나라간 무역에 부과되는 관세가 붙지 않으며 내국세만 부과하고 있다. 방문을 위해서는 관계 법률에 따라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 또한 미수교국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다.

 


하지만 남북 간 양자 관계를 넘어선 국제 사회에서만큼은 남북은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별개의 주권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1991년 남북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UN 가입국들은 한반도에서 두 개의 주권국가를 승인했다. 북한은 2001년 한 해에만 유럽연합(EU)를 비롯해 모두 14개국과 국교를 맺는 등 2003년 6월 현재 153개 나라와 수교했다. 미국, 프랑스 등 UN 가입국들은 수교 여부에 관계없이 전 세계 국가 집계에서 유엔의 정식 회원국인 북한을 ‘주권국가’(state)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논리 속에서 적극적인 해결 노력 없이 방치된 채 까맣게 잊혀져버린 문제들도 있다. 그 중 전쟁과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발생한 납북자 문제의 경우 정부의 해결 의지는 미온적이다. ‘6?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신고된 전시(戰時) 납북자 수만 9만470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정전 5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생사확인조차 안되고 있다. 정전 후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6?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남북이)특수 관계라 해서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주권국가로서 자국민의 신변도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비단 북한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교류’는 있으나 ‘공식 수교’는 없는 모든 미수교국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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