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

현재 세계경제는 1995년 시장지향적 무역질서 구축을 목표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와 함께 최근 국내외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모든 분야에 걸쳐 무역자유화가 진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범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국내총생산의 70%에 달하는 대외무역의존도 등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속에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FTA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FTA 체결 대상 국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WTO 협상이나 FTA 체결 등을 통한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의 확대는 자원이용의 효율성 증대, 시장접근 기회의 확대 및 경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일반적으로 세계 경제발전과 각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농업은 여타 산업부문과 상이한 농업 특유의 다양한 비시장적 가치(non-market value)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무역자유화나 시장개방이 어려운 분야다. 이것은 1948년 제네바 관세협정(GATT)이 창설된 이후 진행된 8차례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 중에서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야 비로소 농업부문이 처음으로 협상의제로 포함되었으며, UR 협상과정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협상타결에 진통을 겪은 분야가 농업부문이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또한 농업분야가 모든 국가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하게 인식되는지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한-일 FTA 협상, 그리고 지난해 타결되었지만 아직도 국회비준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과 현재 추진중인 한-EU FTA 협상에서도 주요 민감 현안이 바로 농업분야에 대한 시장개방과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사실 모든 국가에 있어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인 경제적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의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홍수조절, 토양보전 및 수자원 함양, 도시혼잡비용 감소 등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가치를 화폐액으로 추정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우 약 40조원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액 35조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아무튼 시장경쟁의 원리가 국제 경제 및 무역활동의 기본원칙이지만, 여타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은 경쟁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아무런 대비책 마련 없이 농업부문을 대폭 시장개방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며, 향후 농업이 발휘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사회 및 경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엇보다 전면적인 농산물 무역자유화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 농업이 갖는 다양한 기능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 작업과 함께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