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취임 1주년 인터뷰
정운찬 총장 취임 1주년 인터뷰
  • 취재부
  • 승인 200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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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ㆍ대학원 정원 감축에 매진할 것"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을 평가하면.
그동안은 앞으로 할 일을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총장이 뭘 해야 할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것 같다.


▲지난 1년간 여러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1년에 대한 소회는.
먼저 ‘신 교수-우 조교 사건’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총장을 그만두면 할 말이 많지만 총장 재직중에는 법원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
임시공관은 총장공관보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 선의에서 공관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호화빌라 논란이 일어 마음이 아팠다.
포퓰리즘 문제의 경우, 대학서열철폐 주장이 포퓰리즘이라고 했을 뿐, 학벌주의철폐가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학벌주의에는 반대하지만 학교 서열은 고착화되지 않은 경우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등 바람직한 면도 있고, 현실적으로 철폐하기도 어렵다. 서울대 철폐는 생각할 수도 없다.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엘리트를 길러내는 것은 의무다.


▲앞으로 중점을 둘 계획은.
구조조정과 재정확충이다.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다. 세계 상위 10위권 대학을 만들 것이다.


▲취임당시 연구를 위한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진척상황과 향후 구상은 어떤가.
인적 인프라 부문에서는, 교수들이 행정업무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다. 비서 한 사람이 교수 5∼6명 정도를 보좌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물적 인프라 부문으로는 먼저 교수 주택공급을 위해 총장 공관을 재개발할 것이다. 270가구 정도를 새로 만들고, 공관도 작게 지어 1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사립대의 6ㆍ70% 선인 교수들의 급여를 인상하기 위해 중복 책정된 예산을 합치고, 학생들의 기성회비를 약간 인상했다.

연구 지원 위한 외부 자본유치 노력해

▲재정확충과 관련해, 경제학 전공이기 때문에 남다른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는데.
내가 유치한 정부자금이 많다.(웃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민간부문에서도 기초작업은 완료했다. 앞으로 ‘수금’이 이루어질 것이다.(웃음)


▲취임 당시 기초학문 육성 의지를 밝혔는데.
남북한 통일 연구에 매년 10억씩 10년 동안의 지원을 약속했고, 글쓰기 센터도 만들었다. 말하기나 토론 훈련센터 설립도 생각하고 있다. 학부대학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건지는 논의해 봐야겠지만, 이를 도입하고 교양과목을 정비해 기초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학부대학의 정확한 취지는 무엇인가.
세상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지식ㆍ기술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대학에서 응용학문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가르치면 졸업 후에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대학에서 넓게 가르쳐서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적어도 2년은 기초를 잘 배운 후 나서 전공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 학부대학의 취지다. 2005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인문대, 사회대, 공대 등 원하는 단과대에 시행할 계획이다.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 등 학문후속세대 지원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학문후속세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로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야 한다. 지금 생각 중인 방법을 예로 들면, 국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것이다.


▲교수임용은 사실상 학과에서 결정되는데.
교수들을 직접 만나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과 학문후속세대의 진로 문제에 대해 설득할 것이다. 국내 박사를 뽑은 학과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은.
재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을 위해서는 대학원생 수를 줄여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세부 계획은 아직 없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으로는 교수 일인당 대학원생 2명 정도는 학교에서 생활비와 등록금을 대주고, 그 이상의 대학원생의 경우 교수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줄 수 있을 때만 뽑으면 된다.


▲학내 구조조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는데.
서울대가 대학원 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질적 성장 없이 양적으로만 팽창했다. 대학원 정원을 크게 줄여야 한다. 올해 정원을 300명 줄였고 내년에도 줄일 것이다. 양보다는 질 중심으로 대학원을 운영할 것이다.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학부 정원도 줄여야 한다. 서울대는 1년에 4천명의 학부생을 선발한다. 미국 유명 사립대학들 중 하버드대가 1500명, 예일대가 1300명을 뽑는다. 오래된 명문 대학들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적정한 수준을 뽑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질적인 성장을 위해 이를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대와 연고대 신입생이 1만5천명이나 되기 때문에, 주요 요직이 전부 다 명문대 출신 차지가 된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라도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엘리트 교육을 서울대에서 담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생각을 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유형무형의 물건을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를 위해 가장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엘리트 교육을 시켜야한다. 남들과 똑같이 살라고 하는 것은 총장으로서 할말이 아니다.
엘리트는 전공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알고, 모든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은 알아야한다. 예를 들어서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자연과학도가 돼야 하고,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아는 인문사회과학도가 돼야 한다.


▲평의원회가 의결기구화 됐다. 총장의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나.
평의원회에서 반대할 정도의 일이면 총장이 일을 거두는 게 옳다.
대학의 민주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목적외에도, 열린 대학으로서의 서울대를 강조하기 위해 외부인이 평의원회에 많이 들어가게 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단과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본부에서는 세세한 부분은 잘 모르므로 단과대의 반대가 강하면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대 전체를 위해 단과대가 양보해야 할 때는 설득도 하고, 인센티브를 주기도 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총리의 ‘국립대 공익법인화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1월 기획실장 등이 일본에 가서 국립대 법인화 상황에 대해 현지 시찰을 실시했다.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적응하도록 대처하고 있다.


▲국립대가 독립회계를 갖도록 규정하는 국립대특별법은 국회에 상정돼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독립회계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립회계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재정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대특별법은 예산와 관련해 세부협의가 간소화 되고, 예산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한 후 이를 감시하게 되는 것 같다. 교육부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어, 교수협의회와 논의해 우리 의견을 제출했다.

"학생참여 환영하나 의결권은 줄 수 없다"

▲총장과의 대화를 두 차례 열었는데 취지나 성사 자체에는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학생들과 왜 대화하고 싶어하는지.
대학의 구성원은 크게 교수, 직원, 학생이다. 학생처에서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만났다.
첫 번째 대화에서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자유롭게 하다보면 질서가 없고, 질서를 지키려 하면 딱딱해진다. 답변도 준비했지만, 예상 질문에서 벗어난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기대에는 못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은 직접 들을 수 있었고, 학생들이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도 한 것이다.
앞으로는 (문화관과 달리) 평평한 장소에서 학생수도 조금 줄여, 효율적이고 편안한 대화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대학운영의 어느 정도 수준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결정과정 혹은 학교 일에 대한 평가과정에 많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작년에 이 말을 했다가 야유를 받았지만,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의견은 자유롭게 피력하되, 교육정책의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대학행정에 대한 의결권은 갖기 이르다고 본다.


▲대학가요제 개최와 관련해 일부 교수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열린 대학과 지성의 권위 회복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조율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어려운 문제다.(웃음) 개최하지 말자고 했다가 묵인해 주기로 한 것이다. 열린 대학과 지성의 전당이란 점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상아탑 주장은 고리타분하다는 교수들도 많다는 것이 의외였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
지성의 전당과 열린 대학이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한가지로 통할 것이다. 참으로 열린 지성의 전당을 만들자.(웃음)


인터뷰: 정석우 편집장
정리: 배정현 취재부장
사진: 최정민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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