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금)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동북공정’ 전후 중국의 한국 고대사 인식」을 주제로 한국사 학술회의가 열렸다.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고대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는 동북공정이 보여주는 한국사 인식 방식을 분석하고, 고문헌 등에 나타난 실증적 자료를 근거로 동북공정의 논리를 반박했다. 학술회의는 △중국의 고문헌자료와 정사류에 나타난 한국사 분석 △1900년대 이후 근대 중국의 한국 고대사 연구의 두 범주로 나뉘어 진행됐다.

‘중국 고문헌 자료에 비친 한국고대사상’을 주제로 발표한 박경철 교수(강남대·교양학부)는 『관자』를 포함한 선진(先秦) 문헌과 송나라 유서(類書)류에 나타난 한국 고대사를 비교·분석했다. 박 교수는 “송대 유서류에는 기자가 봉국을 받았으며(기자봉국론) 한 무제가 군현통치를 행했다(군현고지론)고 기록돼 있지만 선진문헌에서는 기자봉국론이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영웅들의 서사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중국 역사심성의 산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국의 역사인식이 “기록하되 제 생각대로 쓰는 것(述而作)”이라며 중국의 ‘이데올로기적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정운용 교수(고려대·고고미술사학과)는 ‘중국 정사 4사에 보이는 한국고대사 인식’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박경철 교수와 의견을 같이 했다. 정 교수는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의 조선(동이)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정보의 확산에 따라 내용이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상고시대로 갈수록 중국과 조선간 상관관계가 희박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4사는 조선을 비중국 집단으로 인식했으나 조선사를 4사의 열전에 포함함으로써 조선을 중화 세계에 편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정사 속의 역사인식은 현재의 동북공정과도 비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근대 중국의 한국사 인식에 대한 최광식 교수(고려대·ㅁ한국사학과)의 ‘동북공정 이후 중국의 한국고대사 인식’은 최 교수의 불참으로 박대재 교수(고려대·한국사학과)가 대신 발제했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동북공정이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과 발해 등 한국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고구려를 일개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고구려의 족원은 중국사서에 예맥족이라 기록돼 있다는 점 △수나라는 고구려에게 패해 멸망했으며 이는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님을 명시한다는 점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식 때문에 국호를 고려로 했으며 고구려의 도읍 서경을 중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동북공정을 비판했다. 그는 “동북공정이 동북지역의 전략적 지위와 통일 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농후한 프로젝트”라며 단순한 학술적 연구활동이 아님을 강조했다.

종합토론에 참석한 조인성 교수(경희대·사학과)는 학술회의에 대해 “국내적으로 중국의 한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정작 중국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또 그동안 논의했던 활동이 얼마나 성과를 얻었는지 그 결과를 알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회를 맡은 서영수 교수(단국대·역사학과)는 “이번 학술회의는 중국의 역사인식을 총정리했다”며 “회의의 결과물이 베이징올림픽 이후 다시 전개될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의의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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