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일) 서울중앙지법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 말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전 한나라당 후보 비판 기사를 올린 임모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대부분의 누리꾼이 8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는 달리 “관심사 중 하나인 정치 상황에 관한 글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옮겨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최근 발간된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는 국내 정치문화의 변화를 인터넷과 누리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 강원택 교수(숭실대·정치외교학과)는 전작 『한국의 선거정치-이념, 지역, 세대와 미디어』와 『인터넷과 한국 정치』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정치문화의 상호작용을 고찰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는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웹 2.0’의 특성에 주목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정치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제시한다.

인터넷을 통한 일반 시민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와 관련해 그동안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과 ‘중우정치, 대중영합주의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저자는 전자를 긍정한다. 부작용인 후자는 ‘웹 2.0’의 특성으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수많은 누리꾼들이 참여해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전문가들이 만든 ‘브리태니커(Britannica) 백과사전’을 예로 들어 그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 두 백과사전의 오류는 비슷한 빈도로 발견되지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오류는 다음 쇄를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 바로잡을 수 있는 반면, ‘위키피디아’는 발견 즉시 바로잡을 수 있다. 저자는 대중이 참여하면 소수 엘리트들이 주도할 때보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위키피디아’의 사례처럼 인터넷공간에서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자정능력이 검증된 예는 많다”며 “지속적 정치참여가 자기교정의 과정을 거쳐 ‘대중의 지혜’에 대한 신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노사모’카페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미니홈피 등을 통한 정치참여, 연금문제를 공론화시킨 블로그, 악성 댓글의 문제점 등 실제 우리 생활과 가까운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예시와 저자의 진지한 고민 사이의 균형은 독자를 즐겁게 한다. 책의 제목과는 달리 접속은 한국정치가 한 것이 아니라 ‘웹 2.0’이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정치의 수단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치 그 자체를 발생시키는 능동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접속을 받아들인 한국의 정치와 정치문화를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한국정치 웹 2.0에 접속하다

 

강원택 지음┃책세상┃156쪽┃4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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