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영 노어노문학과·06

교수님들, 저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교수님들께 편지를 쓰게 된 것은 ‘한반도 대운하’에 관한 몇 가지 의문 때문입니다. 올해 초부터 대운하에 대한 이야기로 한반도가 떠들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큰 배도 많이 보았고 물에도 익숙하다 생각했지만 ‘운하’라는 개념은 저에겐 너무 생소합니다. 그래서 대운하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똑똑하지 못한 탓인지 납득이 잘 안가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지만 ‘운하’라는 것은 정말 생소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맨 처음 들었을 때, 생태계 파괴에 관한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지만 한반도 전체를 가르는 대토목 공사가 얼마나 ‘환경 친화적’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강폭도 넓혀야 하고 강바닥도 더 파야 하는데 공사하는 동안 그 지역 주민은 물론, 강에 살던 생물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리고 갑문, 수중보, 댐도 건설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강물이 고여서 썩지 않고 제대로 흐를 수 있나요? 또, 강 수위가 높아지면 홍수가 더 자주 나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물길이 필요하다면 왜 여태껏 뱃길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도 궁금합니다. 저 옛날 한강에 나룻배가 다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이후로 배로 물자를 운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물류회사들은 그 동안 배를 이용하지 않은 건가요? 그리고 운하가 발달해 있는 유럽은 나라들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바다로 들어온 물자들이 내륙에 들어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하를 이용했다고 알고 있는데, 바다로 둘러싸이고 국토도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도 운하가 꼭 필요한 건가요?

무엇보다도 저는 거대한 화물선이 짐을 운반하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됩니다. 전 국민이 기름 범벅이 되며 태안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악몽이 또 반복될까봐 너무 두렵습니다. 게다가 내륙에서 사고가 나면 태안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설마 숭례문 화재 사건이 났을 때 잠시 떠돌았던 소문처럼 국민성금을 모아서 생태계 복원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반도 대운하’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라 배웠는데 ‘운하’를 만드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교수님들이 피와 땀으로 쌓아올리신 학문의 결실을 이해할 수 없는 공사에 낭비하시는 것이 아닌가하는 주제넘은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들, ‘한반도 대운하’, 꼭 만들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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