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간을 고려하지 않고서 경제학을 논할 수 있을까?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Paul Anthony Samuelson)은 『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통제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기존의 경제학은 사회학, 심리학 등과 달리 경험적 연구를 불필요한 영역으로 간주해 왔다. 이 때문에 경제학 이론은 기술적 이론이 아닌 ‘규범적 이론’으로 불린다. 인간의 행동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행동의 규범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가정을 하고, 가정이 옳다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주로 실험을 통해 경제이론의 ‘기본 가정’ 자체를 연구한다. 그리고 실험경제학은 가정을 통해 도출된 ‘이론적 예측’을 검증한다. 실제 인간의 행동을 고려하지 않는 주류경제학에 비해 실험·행동 경제학은 ‘실험’을 경제학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좀 더 현실적으로 경제를 조명한다. 이들은 경제학이 실제 인간이 하는 ‘진짜’ 경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류경제학은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전제로 경제를 설명한다. 이 경제적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만족)이 가장 커질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수할 수 없고, 입수했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완전히 분석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인지능력의 한계를 들어 ‘제한된 합리성’을 제시한다. 야구에서 외야수가 높이 뜬 공을 어떻게 잡는지 생각해보자. 공의 낙하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공의 속도, 풍향과 풍속, 공의 회전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야수가 이런 복잡한 정보들을 일일이 계산하고 있을 리 없다. 행동경제학은 ‘제한된 합리성’을 지닌 외야수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의사결정 방법인 ‘휴리스틱(heuristic, 주가 되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분석해 판단하는 방법)’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한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준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대상의 가치(효용)가 결정된다고 본다.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이 절대적인 준거점으로부터의 변화로 가치를 결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프로스펙트 이론은 “사람들이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커짐에 따라 작은 변화에 둔감해진다”고 설명한다. 만원을 가진 사람이 천원을 잃는 것과 천만원을 가진 사람이 천원을 잃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에서는 합리적인 손익계산보다 주체가 느끼는 손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른바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이다.

실험·행동 경제학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정책의 유효성과 문제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현재 재무관리, 마케팅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진용 교수(서울산업대·경제학과)는 “실험·행동경제학은 수학적으로 측정하기 복잡하고, 실제 사회와 똑같이 실험을 구성하기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실험·행동경제학이 전통경제학과 달리 실험을 이용해 경제학에 현실성을 부여했다”며 실험·행동 경제학의 의의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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