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김일성대가 협력해 평화대(Peace University)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18일(화) 통일연구소는 세계 평화학의 권위자인 요한 갈퉁 교수(Johan Galtung, 유럽평화대·평화학과)를 초청해 ‘글로벌 시대 평화학의 과제와 한반도 통일 전망(Theories and Methods of Peace Research and Korean Unification in Global Era)’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1930년에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2차대전을 경험한 요한 갈퉁 교수는 1960년대 현대 ‘평화학’을 창시한 평화학자이자 일선에서 활동하는 평화운동가다. 그는 국내에도 번역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등 1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집필해 평화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해낸 학자로 평가된다. ‘소극적 평화(갈등이 없는 상태)’와 ‘적극적 평화(협력을 통해 더 높은 단위체를 만드는 관계)’를 구분하고, 개인의 잠재력을 억압하는 ‘구조적 폭력’의 개념을 제시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평화 이론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45건이 넘는 국제분쟁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1995년 에콰도르와 페루의 국경분쟁에 개입해 평화협상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노력의 연장으로 그는 1970년대부터 남북한을 오가며 한반도 평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갈퉁 교수는 강연에서 ‘북한’, ‘통일’, ‘6자회담’ 등 다섯 개의 소주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 외교는 북한 붕괴를 전제하고 시작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북한은 5년이나 10년 내에 중국식 경제로 나아가 두자릿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갈퉁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국교정상화와 무장해제라는 카드를 두고 서로 상대방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2월 있었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소극적 평화를 넘어서는 적극적 평화의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음에는 서울과 평양 오케스트라가 함께 비무장지대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은 어떻겠는가”라는 희망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수십명의 학생들과 관련 분야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주제의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윤영관 교수(외교학과)가 북한 인권 문제의 딜레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할수록 인권 문제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상진 교수(사회학과)는 갈퉁 교수의 ‘북한은 심히 유교적인(arch-Confucian) 국가’라는 표현에 대해 ‘유교에 대한 편견을 전제하는 말’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강연을 주최한 통일연구소장 박명규 교수(사회학과)는 “통일은 단지 정치학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연구가 종합돼야 하는 작업”이라며 세계적 평화학자를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또 박 교수는 “오늘 토론에서 많은 차이도 확인했지만, 기본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두 나라의 문제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의 측면에서 고찰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강연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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