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지리교육과 김종욱 교수

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실세들이 여전히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은 변함없다고 간간히 공언하는 것을 보면 설마 하던 일이 정말로 현실화될까 두렵기조차 하다. 또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정부와 여당이 지금은 총선을 염려하여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면 곧바로 ‘대운하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해진 수순대로 추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모임’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단체들과 관련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국가 사회에 엄청난 경제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재앙 수준의 환경파괴가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의 자연조건이 운하에 전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독일의 운하를 예로 들어 우리도 그렇게 운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일과 우리나라의 자연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하상계수(최소유량:최대유량)만 하더라도 라인강은 1:14에 불과하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각각 1:300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독일 하천은 연중 수심이 깊고 유량 변동이 작은 반면 우리 하천은 수심이 얕고 유량 변동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라 할 수 있는 한강마저도 조선시대에 목선조차 띄울 수 없었던 곳이 많았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강수가 특정 계절에 편중되기 때문이며, 노력한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자연 조건이 불리하여 근대적인 내륙수운이 거의 없고, 게다가 선박 운항 목적의 내륙운하가 단 1개도 없는 나라에서, 갑자기 일거에 대하천들의 물길을 개조하여 ‘대운하’를 만든다면, 그것이 과연 타당한 계획인지 묻고 싶다. 그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경부운하’만 하더라도 뱃길을 만들기 위해 무려 12개의 댐을 더 세우고, 거의 모든 하천 구간에서 모래, 자갈 등을 대규모로 준설해야 한다. 또한 물길 유지를 위해 곳곳마다 긴 제방을 쌓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해서는 높은 산맥을 꿰뚫어 인공수로 수십 킬로미터를 건설해야 한다.

이러한 운하 건설은 천문학적인 재원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에도 집중호우로 유입되는 토사와 홍수 위험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계속적으로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 과정에서 하천 및 그 생태계가 철저하게 파괴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도 자손대대로 겪어야만 한다. 부작용은 비단 하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심지어 해안 생태계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아무리 대통령의 공약이라 하더라도 논란을 무릅쓰고 강행할 것이 아니라 나라의 항구적인 발전을 위해 백지화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 대다수가 운하건설을 찬성한다 할지라도, 하천의 계절 및 연변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운하의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적어도 3년 내지 5년에 걸쳐 철저한 기초조사를 행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약정된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기초조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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