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에 ‘eTL=OTL(좌절한 사람의 모습을 문자로 표현한 이모티콘)’이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이는 eTL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TL이 도입된 것은 이번 학기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들은 여전하며, 오히려 새로운 문제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접속이 원활하지 못하다. 자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수업 직전에 강의안 출력 등의 급한 용무로 접속할 때 ‘에러코드 503’만 덩그러니 나타나면 정말 낭패다.

또한 이른바 ‘안티 유저 인터페이스’로 요약되는 불편한 시스템 구성도 문제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다. 저작권 보호 등 학생에겐 비교적 필요없는 목록들이 너무 많아 실행이 느려지며 실행 오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것들은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임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학기가 누적되면서 지난 학기의 내용들은 물론이고 수강신청을 했다가 취소한 수업까지도 칼럼 목록에 포함되어 긴 목록을 만든다. 이 긴 목록의 일부를 사용자가 선택해서 숨기기가 가능하기는 하나, 이 숨기기 버튼은 그저 연필모양으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찾기도 힘들다. 일반적인 사이트의 경우 문자로 표시되거나, 아이콘으로 표시되더라도 마우스를 갖다대면 작은 설명이 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이런 불만들은 어쩌면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해결될 문제인지도 모른다. 수시로 eTL을 확인하여 접속불량 상태를 피하고, 여유 있게 접속해서 프로그램의 느린 실행에 대비하고, 혼란스러운 메뉴도 이것저것 눌러보면 된다. 그러나 eTL은 그 이름(e Teaching & Learning) 그대로 교수와 학생 모두를 위한 시스템임에도 학습자(learning)를 위한 개선은 없이 적응만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학습자 수가 교수자 수보다도 훨씬 많지 않은가. 최근 업데이트된 내용마저도 교수자(teaching) 측면의 업데이트에 그쳐 실망스러웠다. 학생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생 측의 계속되는 불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eTL을 보고 있으면 이런게 독과점의 횡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우리가 eTL에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최소한의 편이성과 안정성을 갖춰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물론 eTL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사용자가 적응하길 기대하기보다는 불편점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영주  대기과학과·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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