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선거 무산 이유는 '정치 염증'

▲학생들의 무관심
이번 총학 선거 무산에 대해 선본활동을 했거나 선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최근의 사회적 경향이 학생들을 선거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이는 선거무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민주화의 진척과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 실업, 학부제 실시로 인한 학점경쟁 등으로 학생들이 개인화ㆍ파편화되기 시작했고, 이는 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낮아지게 만든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구원근씨(경영학과ㆍ00)는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에 학우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학우들은 이제 자신이 한 표를 행사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총학 선거와 학생정치활동에 대한 무관심이 예년보다 유난히 부각됐을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95년에 처음으로 실시된 총학 연장투표 이후 총학 선거는 줄곧 투표율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서 간신히 성사돼 왔고 올해 선거는 단지 50%를 조금 밑돌게 돼 무산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로 한걸음더」 선본의 정후보 홍상욱씨(경제학부ㆍ99)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예년보다 조금 낮았을 뿐”이라며 “학우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던 추세”라고 해석한다.

 

▲두 「학교로」 선본의 분열로 인한 학생들의 정치적 회의
올해 총학 선거에서는 이례적으로, 비슷한 선본명의 두 선본이 동시에 46대 총학과의 연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학교로 2탄」 선본 측은 8월에 진행된 46대 총학 내부경선과정에서 결정된 선본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학교로 한걸음 더」 선본 측은 ‘8월에 진행된 46대 총학 내부경선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경선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학교로」 선본 분열사태는 유권자들에게 총학 선거 과정 자체에 대한 적잖은 실망을 안겨 줬다. 「학교로 2탄」 선본의 정후보 은석씨(사회복지학과ㆍ00)는 “그렇지 않아도 학우들의 정치적 관심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학교로」 분열 사태는 학우들의 선거 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내내 각종 게시물과 홍보물, 학내 언론을 통해 선본 분열사태가 큰 논란이 됐고, 이는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기성정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을 일반 학생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출마 선본 수 감소
이번 총학선거에서는 예년에 비해 출마한 선본들 수가 적었다. 그동안 꾸준히 총학 선거에 출마해왔던 21세기진보학생연합(21세기), 노학연대선봉대(노선대),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 등의 학생정치조직이 출마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홍상욱씨는 “출마한 선본 수 자체가 많게 되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 한 표라도 더 찍을 것”이라며 “출마 선본 수가 투표율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전학협 지지율이 전통적으로 높았던 의ㆍ치대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각각 21.2%, 6.0%의 투표율을 기록해 타단대에 비해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소 운영
투표기간 초기에 일부 투표소가 운영되지 않은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선거 첫날인 19일(수) 자연대 선거일정이 미뤄지는 바람에 자연대 선관위에 대여한 투표함이 제때 회수되지 못해 6개 투표소가 설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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