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경제학’과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 이론들이 매우 ‘정치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여성과 생태계는 소외된 이들의 대표처럼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이론은 ‘정치적’으로 여성과 생태계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경제학적’관점에서 주류경제학의 이론적 결함을 지적하고 보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환경문제를 인간 외부의 문제로 이해한 결과 ‘시장실패’의 문제에 봉착했다. 물론 신고전학파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려는, 다시 말해 환경문제에 가격을 설정해 왈라스(Walras) 표준모델의 ‘일반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로서 ‘환경경제학(Environmental Economics)’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은 환경 경제학의 접근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강조한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자연환경을 단순히 ‘자원’으로만 생각하는 ‘외부효과의 내부화’가 성공해도 ‘자원이 아닌 자연’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류경제학의 시장논리는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가역적”이라며 이는 “한 번 파괴하면 되돌리기 힘든 생태계의 비가역성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표적 생태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Nicolas Georgescu-Roegen)은 자연과학의 열역학 제2법칙에서 ‘닫힌계에서 총 엔트로피(무질서도)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엔트로피의 비가역성’ 개념을 생태경제학에 도입한다. 그는 생태계의 수용능력에 맞게 ‘지속가능한 규모’라는 개발의 한계선을 설정할 것을 주장한다.

여성주의 경제학(Feminist Economics)은 주류경제학의 성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따르면 신고전학파의 기본 전제는 현실 경제, 특히 여성의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 여성주의 경제학자인 폴라 잉글랜드(Paula England)는 “신고전학파의 전제인 ‘자유롭고 합리적인 경제인의 이익극대화’라는 행위 자체가 역사와 사회의 제약에 매어있는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경제학을 넘어서-페미니스트 이론과 경제학』에서 마리안느 퍼버(Marianne A. Ferber)는 “신고전학파가 주로 집중하는 ‘시장적 행위’의 분석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가계생산’과 ‘가사노동’은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거시경제학에서도 비시장재나 재생산노동은 별 어려움 없이 조달되는 것으로 가정되는데, 역사적으로 이를 무급으로 담당해온 것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여성주의 경제학의 주도적인 연구경향인 ‘신고전학파 여성주의 경제학’은 “신고전학파 방법론 자체가 성편향적인 것이 아니라 신고전학파 연구자들의 가부장성이 문제”라고 진단해 “오히려 실증주의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들은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로 여성학자의 수를 늘려 성차별을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이 ‘대안경제학’들이 일반균형 이론과 같은 ‘보편적’인 경제학으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상호 강사(가톨릭대․법경제학부)는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에서 “생태경제학은 세계적 규모의 환경문제와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 등에 대한 말끔한 해법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시인한다. 또 홍태희 교수(조선대․경제학과)는 “여성주의 경제학 논의 대부분도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일 뿐 일관된 이론체계를 정립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만 주류경제학의 세계에는 없었던 ‘여성’과 ‘생태계’라는 개념을 경제학 안으로 가지고 들어옴으로써 경제학의 시각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두 이론은 충분히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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