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대 총학생회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남학생 휴게실(남휴)의 신설이었다. 현재 여학생 휴게실은 대부분의 단과대에 설치돼, 많은 여학생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학생회는 여학생 휴게실의 시설 보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한편으로는 남휴의 설치를 통해 남학생의 표심을 끌어 모으고자 했다.

남휴가 신설되면 여학생 휴게실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학생 휴게실은 ‘여성주의’의 상징이고, 남휴의 신설로 인해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하나가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학생은 남휴를 새로 만듦으로써 남성에 대한 역차별적 요소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남휴 신설의 의미를 확대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울대는 타대에 비해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넓은 교내를 돌아다니며 공부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어 줄 휴게공간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카페 등의 편의시설도 좋지만, 학생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학교 내에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조용히 다리를 뻗고 누워 책을 읽거나 엎드린 채로 친구랑 담화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많은  건물과 강의실들 가운데 학생의 편의를 위한 방 몇 개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거대한 학교에서,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안락하게 쉴 공간이 단대별로 방 한 개 남짓도 안 된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의 측면을 떠나 학생 복지의 측면에서 남휴의 신설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에 발맞춰 여학생 휴게실을 위시한 다른 복지 시설을 확충하여 학생의 편익을 더욱 더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휴게실의 신설 및 확충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학생의 권익 증진이라는 큰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남성과 여성의 권익 보호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학생 복지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두 집단의 이익이 상충된다고 보기보다는, 둘 모두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학생의 권익 보호라는 공통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휴게실의 문제뿐 아니라 학내, 나아가서는 전체 사회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문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대결구도에만 초점을 맞춰 두 집단이 가질 수 있는 공통된 권리와 이익을 저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구자민
컴퓨터공학부·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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