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강 정치학과‧07

2008년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바람이 불고 있으니, 첫 번째는 ‘큰 물’의 바람이고 두 번째는 ‘어륀지’의 바람이다. 이 중에서 나는 후자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경숙 전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소위 ‘어륀지’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제화 시대에 상황에 뒤처지지 않고 발맞추어 나가려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버금가게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어가 마치 바벨탑 이전의 언어처럼 만국 공통이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진‧퇴보의 잣대에 맞춘 국제화 논의가 일으키는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제화가 무엇인가? 페니키아인들이 그들의 문자를 그리스로, 로마로 전파시킨 것이 국제화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 것이 국제화다. 유럽에서 발명된 총포를 전 세계가 사용하는 것이 국제화다. 국제화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 ‘internationalization’을 살펴보더라도 ‘국가(nation)’ 간의 움직임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국제화는 서로 다른 문화 간의 교류이지 국가경쟁력을 상승시키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국제화를 장려하고자 한다면 전 국민의 영어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은연중에 퍼져있는 외국인 기피증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가 국제화를 직접 실천해보기를 제안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리 주변의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영어를 ‘어뭬뤼칸’처럼 못 한다고 움츠리지 마라. 언어는 국제화의 매개체일 뿐이다. 모르는 단어가 있다고, 자신의 발음이 한국식이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같은 반에 있는 케냐 친구 히람은 ‘soccer’를 케냐식 발음인 “쏘까”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싸커’면 어떻고 ‘쏘까’면 어떤가? 그것이 축구를 의미한다는 걸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관악의 봄은 국제화로 분주하다. 청와대의 바람대로 영어강의 수강이 의무화되었고, 얼마 전에는 500동에 외국 학생들을 위한 지원센터가 설치되었다. 싱그러운 봄 햇살을 맞으며 당신도 이러한 발걸음에 동참해 분주해져 보는 것은 어떨가? 서울대에는 한국인들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2천4백여명의 사람들이 있다. 오늘이라도 당신 주변에 있는 그들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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