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법학부)

나는 지난 제17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교수와 정치참여―지켜야 할 금도”(『대학신문』 2004년 4월 12일자)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제18대 총선에도 전국에서 여러 교수들이 출마를 하고 있지만, 이 ‘금도’는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제도이기에, 정치와 정치인은 더럽고 추하며 학문과 학자는 순결하고 아름답다는 이분법은 옳지 않다.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교수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교수로 출발하였으나 적성과 능력이 정치에 더 맞아 정치인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전공특성상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학문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현행법상 교수는 정당의 당적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가 있는 휴직은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선거에 출마한 교수 일체를 ‘정치교수’(polifessor)라고 딱지 붙이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수가 출마를 선택한 경우 자신이 원래 몸담고 있던 대학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 교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로 결심하면 먼저 정당에 공천을 신청하고 예비후보의 지위를 얻은 후 지역구에서 얼굴과 이름 알리기에 들어간다. 공천이 확정되면 대학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경우도 소속 당 차원에서 요구되는 활동의 부담은 상당하다.

요컨대 지역구건 비례대표건 국회의원 공천신청을 하는 순간부터는 교수는 대학에서 몸과 마음이 떠나 교수로서의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 그런데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법에 따라 교수직이 자동 휴직되지만, 낙천․낙선되는 경우에는 아무 제약 없이 대학에 바로 복직하게 된다. 당선된 경우 임기 동안 학문연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낙천․낙선자의 경우 바로 다음 번 선거를 준비하는 일이 많으므로 몸은 대학에 있지만 마음은 다음 선거에 가 있게 된다.

이상의 점을 고려할 때 출마를 꿈꾸는 교수의 휴직과 복직을 규율하는 학내 규정이 필요하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정당 공천 후보로 출마하려는 교수는 공천신청 즉시 휴직계를 제출해야 한다. 무소속 출마시에는 선거운동사무실을 개소하는  즉시 휴직계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강의를 대신할 교수의 확보,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등 학사행정상의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함이다. 둘째, 낙천․낙선된 교수의 복직, 당선 후 임기만료된 교수의 복직은 단과대학 및 본부 인사위원회에서 기존의 연구업적, 복직 후 연구 및 강의 계획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절차를 통하여 복직이 될 경우 당사자로서는 더 영예로운 일이 될 것이다. 시쳇말로 ‘쿨 하게’ 정계진출하고 떳떳하게 복귀하라는 것이다.

이상은 연구와 교육의 전당으로서 대학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현재 대부분의 교수들은 과거보다 훨씬 강화된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기준으로 인하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와 교육에만 온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음에도 비정규직 시간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교수의 출마에 대한 내규 제정의 필요성은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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