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놓고 얘기해서 졸업하고 나서도 어느 길이 나은 선택이었는지 비교하며 서로의 직업을 기웃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누구를 만나도 최고의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교수가 만장일치로 꼽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 명예, 사실상의 정년 보장 등은 큰 이유가 못 된다. ‘술 좀 마시고 발 넓으면 장관도 되고 공천도 받을 수 있으니 고시보다 낫다’는 것이 공직에 진출한 친구들이 꼽는 독특한 이유인데 이제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될 수 있을 듯하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하다가 잘못되면 다시 돌아와 교수해도 된다.’

학교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는 졸업생으로서 김연수 교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연초 카이스트와 서울대에서 교수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면서 탈락자가 적지 않게 속출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제 교수의 황금시대도 한물갔구나 싶었는데 강의까지 개설해 놓고 공천이 확정되자 학기 중에 육아 휴직을 핑계로 지역구에 출마했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사직권고를 두 번이나 받고도 무시한 그 철면피는 정치 9단의 꼼수를 능가하지 않는가. 김연수 ‘낙선자’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울대 휴직관련 공지글’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변명하고 있다. ‘2월에 공천 발표가 났어야 하는데 예상보다 늦어진 3월에 확정되어 불가피하게 휴직신청을 늦게 했다’ 그리고 ‘학교 규정 미비로 인해 휴직신청에 논란이 생겨 학교 측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주변 상황에 책임을 미루고 규정상 허점을 핑계로 사회의 안타까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구태의연한 뻔뻔함이 혀를 차게 만든다.

나를 가르치셨던 교수님들은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수란 직업은 그저 공부가 좋아서 미치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다고. 나는 학문에만 정진할 자신이 없어 기업으로 취직했다. 계약서에는 회사 일에 충실할 것이며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한눈팔지 않겠노라는 내용의 서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열심히 일하겠노라고 서명을 했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김연수 ‘낙선자’는 임용될 때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30대 젊은 교수로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헌신하려는 마음? 선거기간 내내 그는 남양주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하겠다고 지역구민 앞에서 약속했다. 철밥통 교수직으로 돌아오지 말고 육아와 정치에 힘써주기 바란다. 교수를 꿈꾸며 학문의 길을 가는 이는 충분히 많다.

김형균 경제학부·08년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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