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9 총선의 이슈는 ‘이슈 없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진정한 의미의 이슈는 없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대운하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대운하’라는 공식은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며칠 새 인터넷에서 “대운하보다 의료 민영화가 걱정”이라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미FTA가 전사회적인 쟁점이 되었을 때, 의료부문 역시 개방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론은 진료도 대충하는 의사들이 제 밥그릇 찾아먹기에 급급해서 반대하는 것이니 미국처럼 ‘개방’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그러나 그 ‘미국’이란 국가는 정상적인 국가 중 공공 의료보장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유일한 국가임과 동시에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건강수준을 보여주지 못하는 국가다. 얼마 전 개봉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라는 영화는 바로 그 미국의 참담한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권이 계획대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4년 후 포털 사이트 메인에 ‘아파트 없어도 민영보험 가입자면 일등 신랑감’, ‘외국계 보험회사에게 한국은 매력적 시장’ 등의 기사가 뜰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압축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은 사회공공성 파괴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그대로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부문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재편의 대상이 되는 부문은 물, 전기, 가스, 교통, 의료 등의 공공부문이며 그 재편의 방향은 ‘개방’ 혹은 ‘시장화’다. 공공부문은 효율성보다는 접근성이 중요한 부문으로, 생존에 필수적인 부문들을 일컫는다. 이 부문의 재화들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어야 하기에 지금까지는 공적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매개할 수 있는 정부가 당해 왔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 살리기, 시장 활성화라는 기치 아래 민중의 생존권을 저버리려 하고 있다. 의료는 생명이다. 공공부문들의 서열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의료 민영화는 직접적으로 민중의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할 것이다. 의료 민영화를 비롯해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공공부문 파괴의 움직임들은 적절한 선에서의 협상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공공성은 민중 스스로가 쟁취해낸 최소한의 생존권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운하 문제를 비롯해 의료 민영화 정책, 수돗물 민영화 등 각종 공공부문 문제를 단순한 재화 문제로 바라보는 데에서 벗어나 민중의 ‘권리’로 사고해야 할 것이다.
지은 서어서문학과·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