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서울대출판부는 ‘박물관 교양강좌 기획’ 중 첫번째로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을 출간했다. 이후에도 출판부는 민속학, 인류학 등 다양한 주제에서 교양기획도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대학출판부는 그동안 전문학술도서와 대학교재를 발간해 대학교육을 지원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지식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출판부는 불법복사, 도서시장 위축 등에 따른 학술도서 판매 감소와 독립채산제 운영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획편집과 권영자 과장은 “현실적으로 책 한 권 당 1300부 정도가 손익분기점인데 학술도서의 80%가 연간 500부 미만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은 학술도서 발간에 치중해 온 출판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개선하고 독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물이다. 서울대출판부는 1998년 ‘학문의 탐구’ 시리즈를 시작으로 ‘베리타스’, ‘제3기 인생 길라잡이’ 등을 선보이며 독자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성재 출판부장은 “서울대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살려 일반 독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이번 교양도서를 기획하게 됐다”고 출간 의도를 밝혔다.

책은 십이간지의 기원, 띠 동물 이미지의 역사적 변천 과정, 그리고 띠 동물의 상징적·주술적 의미 등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흥미롭게 서술한다. 십이간지는 통일신라 때부터 수호신으로 나타났고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 고유의 문화로 굳어졌다. 저자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세대에 세대를 이어온 띠 동물의 이미지는 오랜 세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머물면서 자아의 내면세계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독자는 민속문화 속에 나타나는 열두 띠 동물의 모습을 통해 그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대학출판부에서도 교양도서 출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고려대출판부는 ‘청소년문학 시리즈’를 통해 『오만과 편견』, 『변신』 등을 내놓았고 영남대출판부는 지난해 교양도서 출판을 위해 독립 브랜드 ‘열린시선’을 출범시켰다. 영남대출판부의 이종백 기획담당은 “브랜드 개발을 통해 대학출판부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일반 독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학술도서시장 위축에 따른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출판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강희일 이사는 “학계, 나아가 사회에 지식을 보급해야 할 대학 출판부가 교양도서를 발간하면 본연의 역할에 소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성재 출판부장은 “출판부가 교양도서 출판을 통해 독자층을 넓혀 수익을 내면 학술도서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출판부는 ‘대학출판부’라는 위상에 걸맞게 학문적·사회적으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받는 동시에 구체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시카고대출판부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원과 운영에 참여하고 도쿄대출판부의 경우에는 실무자가 운영을 전담하고 교수들로 이뤄진 이사진이 출판기획을 검토한다. 최성재 출판부장은 “워싱턴대 출판부와 공동 출판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1998년 이후 본부의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태라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내외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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