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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캠퍼스, 왜 이렇게 무질서한 미로 공간이 됐나[연재]캠퍼스 디자인 집중 해부① 캠퍼스 전체 디자인
『대학신문』이 1730호 4월 7일자 ‘컬처 캠퍼스’ 기획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10일간 총 916명의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설문자의 60.6%가 전체적인 캠퍼스 디자인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캠퍼스 디자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관악캠퍼스는 관악산을 등지고 있어 외형상 자연과 조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랜 기간 녹지를 잠식해가며 확장을 거듭한 결과 비생태적 개발의 온상이 돼버렸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양식이 제각각인 건물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캠퍼스 곳곳에 무작위로 들어서면서 전체적인 통일성이 깨졌고, 보행 동선마저 복잡해졌다.

이와 같은 문제의 발단은 1970년대 관악캠퍼스 입주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측 못했던 학생 급증에 무분별한 확장 이어져=서울대가 1946년 국내 최초의 국립종합대학으로 설립될 당시에는 동숭동, 연건동, 소공동 등에 캠퍼스가 분산돼 있었다. 이후 1968년 수립된 「서울대학교 종합화 10개년 계획」에 따라 1970년 새 캠퍼스 부지로 관악산 일대가 선정됐고 1975년부터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들이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관악캠퍼스 건축 양식은 「서울대학교 종합캠퍼스 마스터·플랜 보고서」에 기초를 뒀다. 최재필 교수(건축학과)는 “관악산 능선과 경관을 훼손시키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것이 초기 관악캠퍼스 조성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5년 완공된 건물들은 형태와 배치가 일관됐다. 외관이 같은 문과대학과 이과대학이 중앙도서관, 대학본부, 학생회관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배치돼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었다. 또 건물 동 번호도 순차적으로 매겨져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1만4천여명이었던 학생수가 1980년대 들어 2만4천여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각종 시설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7년 「서울대학교 발전장기계획-캠퍼스부문계획」이 수립됐고, 시설면적이 기존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성종상 교수(환경대학원)는 “당시에는 녹지를 단지 빈터로 보고 그 자리에 건물을 지었다”며 “캠퍼스의 무분별한 수평적 확대로 인해 녹지가 급격히 잠식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많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녹지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건물 양식 및 배치도 무질서해졌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빈 부지에 건물이 들어서자 건물 동수가 뒤죽박죽 됐고 보행 동선도 복잡해졌다. 또 1990년대 이후에는 외장재와 양식이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대학원, 경영대, 멀티미디어 강의동 등이 준공되면서 캠퍼스 전체 경관이 이질적으로 변했다.

한편 최근 들어 외부 기업이 직접 건설회사를 동원해 건물을 지어 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도 법학도서관과 농생대 연구동의 경우 각각 주식회사 태영과 SPC 그룹의 후원을 받아 건설 중이다. 학교 자체 예산만으로는 캠퍼스 개발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 측의 건물 기부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기존 건축 양식에 비해 지나치게 튀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기업 측이 건물 위치까지 독단적으로 정해버려 전체적인 건물 배치의 규칙성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본부 기획실 측은 “기업으로부터 건물을 기부 받는 상황에서 본부 측이 건물 외관에 대해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기부건물에 따른 통일성 저해를 본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번한 장기계획 수정, 개발 총괄기구도 없어=지금까지 캠퍼스 개발은 장·단기계획에 따라 진행돼 왔다. 캠퍼스 부문 장기계획은 본부 기획담당관실이 구성한 연구팀에 의해 5년 단위로 세워진다. 때에 따라 15년 단위의 장기계획이 세워지거나, 20년 후까지의 계획이 미리 나오기도 한다. 최재필 교수는 “5년, 15년 뒤에 얼마만큼의 연구시설이 필요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장기계획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에는 불과 2년 전에 나왔던 「관악캠퍼스 발전관리기본계획」을 수정·대체하는 「서울대학교 문화업무단지 기본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이 계획에 따라 정문 인근 부지가 기존 대학업무단지에서 대학문화업무단지로 변경되면서 야구장, 미술관이 들어섰다.

또한 현재 서울대에는 캠퍼스 개발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기관이 없다. 대신 캠퍼스 개발계획은 본부 기획실이 구성한 연구팀이, 심의는 서울대 산하 기획위원회가, 집행은 본부 시설관리국이 나눠 맡고 있다. 또 본부 시설관리국의 경우 공무원들이 부서를 돌아가며 일하다보니 캠퍼스 개발이 체계적이고 일관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재필 교수는 “캠퍼스 개발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본부 측은 “새로운 기관을 만들게 되면 부서 및 인력의 재배치가 뒤따르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각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현재 관악캠퍼스는 포화상태다. 순환도로 내부에 더 이상 빈 지대가 없어서 농생대·자연대처럼 외곽에까지 건물이 들어서는 형편이다. 최재필 교수는 “건물을 더 짓거나 층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물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신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본부 측도 “앞으로 신축보다는 증축이나 리모델링 쪽으로 캠퍼스 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이 기자  jinyi91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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