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대 총학 중간평가, ‘거시적인 시각 없이 사소한 복지에만 치중’ 지적
당장의 만족을 얻어낼 일회성 이벤트적 공약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업 제시해야

51대 총학생회가 출범한 지 다섯달이 지났다. 선거 당시 학생 복지 개선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이번 총학은 지난 5개월 간 선거 공약 실천에 역점을 뒀지만 오히려 총학이 단기적인 편의시설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총학이 내걸었던 공약들, 얼마나 실천됐나=선거 당시 51대 총학이 내세운 대표적 공약으로는 △셔틀버스 개선 △남휴 신설 △학점적립제 △최대 이수학점을 18학점으로 확대하는 ‘17+1제’ 등이 있다. ‘실천 가능한 공약들로 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겠다’던 당초 약속대로 지금까지 학생회는 공약으로 내건 복지사업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다.

오후 7시 반까지 통학 셔틀버스를 연장하겠다는 공약은 7시까지 연장으로 본부와 합의됐으며, ‘17+1제’ 공약은 농생대, 경영대, 사범대에서 적용돼 이번 학기부터 수강 가능한 학점이 18학점으로 늘어났다. 음대, 인문대, 사회대는 2학기부터 ‘17+1제’ 시행을 목표로 협의 중이다. 학점적립제와 남휴 신설은 교개협에서 불가하다고 답했지만 학·석사 연계과정 마련과 학생라운지 설치로 중도 합의된 상태이며, 반려된 남휴 설치는 단과대 별로 접근해 협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51대 총학은 △구급약 상비시스템 구축 △태안 봉사활동 개시 △시내버스 5516 운행시간 20분 연장 △인문대 셀프 복사기 설치 △졸업앨범 공개 입찰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실천해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단과대별로 제시했던 △미대 ATM기계 설치 △법대 과자 자판기 설치 △연건캠퍼스 동아리 지원 등의 공약들도 하나씩 실천되고 있다.

현재 총학은 다가오는 시험기간에 실시할 야식사업을 준비 중이다. 공약이었던 긴급구조 셔틀 신설 또한 택시회사와 협상이 끝나 오늘부터 시행된다.

◇‘비권?’ 혹은 ‘반권’?=총학의 다양한 복지 사업 성과에도 불구하고 ‘총학이 서비스 대행업체인가?’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사업만 봐도 학생 권익에 대한 큰 틀의 접근없이 사소한 복지에만 치중해왔다는 지적이다. 정치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비권적’ 태도가 아니라 운동권이 한 것이라면 무조건 하지 않겠다는 ‘반권적’ 모습을 보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학생들은 얼마전 일방적으로 휴직을 통보하고 총선에 출마한 김연수 교수(체육교육과)에 대해 총학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이는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총학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총학은 “총선 기간 중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특정 정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호도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며 “교수사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상황을 지켜본 후 총학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스누라이프는 학생들의 논쟁으로 뜨거웠다. 익명의 한 학생이 ‘총학생회에게’라는 제목의 글로 ‘정치교수’에 대한 총학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자 이에 대해 학생들의 댓글이 대거 올라온 것이다. 댓글에는 “이같이 심각한 수업권 침해 문제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익을 해치는 행위로 운동권이든 아니든 총학 차원에서 문제제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의견부터 “‘운동권 짓 안하기’가 등 따숩고 몸 편하게 해주는 거냐”는 비판까지 총학의 적극적 활동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정민욱씨(기계항공공학부·07)는 “이번 총학은 비권이라는 명목으로 학생회의 활동을 지나치게 내부로 축소시키는 것 같다”며 “총학이 이번 사안에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 다시는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오미경씨(인문계열2·05)도 “정치교수뿐만 아니라 시간강사 처우 문제도 학생 수업권과 관련이 있는데 이에 대해 총학은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며 “복지도 좋지만 총학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수업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1대 총학에 장기적 안목을 바란다”=51대 총학은 학생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많은 사업을 기획·실천했다. 다수의 학생들은 남휴나 발마사지기 설치 추진 등과 같은 복지사업부터 헌혈 릴레이, 명사 초청 강연회 등 총학의 사업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학의 활동이 지나치게 일회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본부 학생과는 “사후 관리시스템이 미비한 구급약 상비제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약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무책임한 공약”이라며 “총학이 조금 더 지속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50대 총학생회장 한성실씨(미학과·03)는 “학생회는 복지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안 전반을 관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내야 하고 형성된 담론 속으로 뛰어들기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뚜렷한 입장과 담론이 없는 총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욕을 먹진 않겠지만 학생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리연합회회장 석영씨(교육학과·04)는 “총학은 유일한 학생 대표기구로서 총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기관”이라며 “생활협동조합이 대신 이행할 수 있는 기초적인 복지보다는 자치단위 활성화와 같은 학생들의 권리 신장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동영씨(경제학부·07)는 “임기를 절반 정도 보낸 상황에서 총학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며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더욱 겸허해지고 비판받은 부분은 보완해 가는 열린 자세로 남은 임기를 채워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학은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서비스 제공의 수준이 아니라 단절돼있던 총학과 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다양한 비판을 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더 열린 자세로 남은 임기를 마무리 짓겠다”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