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축제하는사람들’ 25시

올봄에도 어김없이 대동제는 찾아온다. ‘또 한동안 도서관이 시끄럽겠구나’ 라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이번에는 뭔가 색다를까’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준비과정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몇 달 전부터 남모르게 시간을 쪼개가며 대동제를 준비해온 ‘축제하는사람들(축하사)’의 고군분투기를 소개한다.

◇4월 30일 D-13 :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대동제를 2주 앞둔 축하사 회의실에서는 한창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개별 행사 진행장소 선정과 공연 참가단체 모집 등 축제 세부사항은 이 시점에 결정된다. 축하사 대표 이선규씨(수의학과‧06)는 “축제 준비상황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단계”라며 “이 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동제 홍보가 시작되는 것도 이맘때부터다. 이날 회의에는 미대 영상제작동아리 ‘영상조’가 참여해 홍보영상 제작을 논의했다. 축하사 홍보팀장 김예지씨(도예과‧05)는 “이제부터 홍보영상과 포스터 제작에 들어간다”며 “서울대 정문에서 축제 현수막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2월 27일 D-75 : 준비는 방학때부터=대동제 준비는 총괄책임자 선정과 함께 시작된다. 매 학기 축제가 끝난 뒤 축하사 멤버 중에서 다음 축제 준비를 총괄할 책임자가 선정된다. 새로운 축하사 모집도 이때 이뤄진다. 축하사는 이번 축제부터 공개 모집방식을 시도했다. 이선규씨는 “매번 아는 사람들만을 통해 사람을 모집하다 보니 인력 구성에 한계가 있었다”며 “공개 모집 덕분에 다양한 신규 멤버가 충원된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본격적인 축제 준비 시작은 2월 말부터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역시 축제 주제 구상. 전체적인 축제 방향과 성격이 좌우되기 때문에 치열한 토론이 펼쳐진다. 김예지씨는 “아이디어 선정을 두고 서로 간에 선의의 경쟁이 펼쳐진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다보니 오랜 토론기간을 거쳐 축제 주제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난상토론 끝에 결정된 올 대동제 주제는 ‘코리안 스탠다드’. 가장 보편적인 서울대인의 모습을 찾아서, 그들이 가장 즐겁게 놀 수 있는 축제를 만들자는 의미다.

축제 주제가 결정된 뒤에는 각각의 업무에 따라 부서를 나눈다. 이번 축하사의 하부 부서는 총 다섯 개. 축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행사팀, 공연 일정을 정하고 가수‧학내밴드를 섭외하는 공연팀, 축제 홍보를 전담하는 홍보팀, 포스터‧티셔츠 디자인을 맡는 디자인팀 등 기존의 4개 부서에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주관하는 게임팀이 추가됐다. 각 부서는 개별적으로 축제를 준비하며 매주 열리는 회의에서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부서별 활동과 전체회의는 대동제 전날까지 계속된다.

◇5월 13일 D-day : 축제 기간에도 축하사는 쉬지 않는다=대동제가 시작된 뒤에도 축하사 사람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특히 촉각을 세우는 부분은 다름 아닌 축제기간의 날씨. ‘축제 때가 되면 마른하늘에서도 비가 내린다’는 서울대 전통 탓에 애써 준비한 행사를 망친 사례도 수두룩하다. 값비싼 대여기기를 관리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축하사 홍보부 김용성씨(물리학부‧05)는 “축제 기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며 “축하사 모두가 3일 내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는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낮부터 밤까지, 캠퍼스에 학생들의 열기와 환호가 넘쳐날 때면 비로소 축하사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핀다. 김용성씨는 “학생들이 마음껏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면 그동안의 피로가 절로 사그라든다”며 “학생이 준비하고 학생이 즐기는 것이 대학축제의 참맛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축제가 끝나고 열기가 서서히 잦아들 무렵에도 일은 남아있다. 캠퍼스에 산적한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축하사의 몫이다. 그리고 다음 학기 축제를 준비할 구성원들이 새롭게 축하사에 모인다. 대동제의 시작과 끝, 그 속에는 늘 축하사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