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에델만 교수, 조장희 교수,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상훈 교수.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의 뇌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YTN의 주최로 제1회 월드사이언스포럼(이하 포럼)이 열렸다. ‘지식창조의 힘, 뇌’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는 뇌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세계적 석학이 다수 참여해 현재 진행중인 연구의 현황을 설명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서울대에서도 강봉균 교수(생명과학부), 서유헌 교수(의학과), 이상훈 교수(심리학과) 등이 강연자로 나서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포럼은 노벨상 수상자인 제럴드 에델만 교수(Gerald M. Edelman, 미국 신경과학연구소장)의 ‘뇌의 혁명’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에델만 교수는 1972년 면역분야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의식(consciousness)’ 분야에 대한 연구로 방향을 전환해 이 분야의 최고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에델만 교수는 실험 UCC나 에밀리 디킨슨의 시(詩) 등 흥미로운 자료를 활용해, 로봇의 ‘인공지능’과 구분되는 인간의 ‘의식’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뇌자도영상촬영(MEG)’을 통해 인간의 의식 발생과정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찾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이날 강연에서 에델만 교수는 “인지(perception)는 곧 창조”라며 ‘의식’에서 파생되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에 대해 김경진 교수(생명과학부)는 “신경과학 전반의 주요 문제들을 잘 짚어냈다”고 평했다.

이어 진행된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는 조장희 교수(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가 ‘첨단 뇌영상 보고’라는 주제로 현재까지 뇌영상장비가 발달해온 역사와 그 의의를 설명했다. 1975년 뇌영상장비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를 최초로 개발해 ‘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강연에서 “현재 PET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융합한 장비를 개발중”이며 “이를 통해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합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에델만 교수와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에 기초한 『뇌』, 『개미』 등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뇌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베르베르는 기계와 구분되는 인간의 특성으로 ‘유머’, ‘예술’, ‘사랑’을 꼽으며 이를 에델만이 말한 ‘의식’으로 종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말 똑똑한 두뇌는 삶에 만족할 줄 아는 두뇌”라며 “우리가 노력한다면 ‘똑똑한 두뇌’를 가진 미래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과학관련자뿐만 아니라 베르베르 작품의 독자들도 다수 참가해, 체험을 중시하는 베르베르의 인생관과 작품의 내용에 대해 철학적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포럼추진위원장을 맡은 YTN 표완수 사장은 “과학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 지식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럼을 계획했다”며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포럼의 취지를 강조했다.
포럼 준비에 참여한 김경진 교수는 뇌과학에 대해 “미개척된 부분이 가장 많을 뿐더러 인간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포럼은 석학들을 통해 이 분야의 최신 경향을 전달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강연을 들은 곽철정씨(생명과학부·05)는 “강연 수준이 학부생이나 일반인이 듣기에 적절했다”면서도 “온라인등록이 조기마감되고 현장등록 가능여부가 잘 홍보되지 않아 포럼에 관심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월드사이언스포럼은 앞으로도 자연과학 여러 분야의 주요 주제 중 하나를 채택해 1~2년에 한 번씩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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