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심리학과)

마음에 대한‘과학’이 시작된 시점은 마음이 뇌라는 물질적 기반 위에 존재하는 것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뇌과학의 숙제는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수많은 뉴런들과 신경망들에서 벌어지는 전기화학적 활동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복잡하고 다양한 마음과 행동들을 일으키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최근의 뇌과학은 주로 감각뉴런들에 다양한 입력들을 제시해가며 이 부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후 뇌가 수많은 영역들로 분화되어 있으며 각 영역마다 마음의 특정한 측면들만을 표상하거나 행동의 특정 측면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 왔다.

뇌과학자들은 마음의 다양한 측면과 상관된 뉴런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 질문들

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의식의 신경 기반을 밝히는 일이다. 그 중 대표적 사례가 시각의식의 신경적 기반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본다는 것’은 세 가지 차원의 사건들을 포함한다. 한 물체에 반사된 빛의 패턴이 눈의 망막표면 위에 떨어지면(물리적 사건), 뇌에서 신경활동이 발생하고(생물학적 사건), 마음엔 그 물체에 상응하는 현상적인 시각경험이 발생하는 것이다(심리적 사건). 도대체 어떤 신경적 사건들이 시각경험에 직접 관련돼 있는 것일까? 뇌과학자들은 이 흥미롭고도 까다로운 퍼즐을 풀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시도해왔다.

첫째, 뇌의 특정 부위나 기전이 손상된 환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자극을 제시하고 시각경험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오른쪽 뇌의 두정엽이 손상된 환자는 동시에 제시된 물체들 중 왼쪽에 제시된 것을 보지 못한다. [그림 a]는 사고로 이 곳이 손상된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데, 사고 직후(맨 왼쪽)에 왼쪽을 전혀 보지 못하고 시간에 따라 회복을 하지만 시각의식을 완벽히 되찾지는 못한다.

두 번째 전략은 물리적 사건과 심리적 사건의 불일치를 실험실에서 일부러 유도하여 뇌의 어떤 활동이 심리적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 b]에 묘사된 미녀와 야수의 그림을 각각 다른 눈에 동시에 보여주면 흥미롭게도 우리의 마음의 내용을 차지하려 두 그림은 끊임없이 경쟁한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 뇌과학자들은 시각의식의 내용과 상관되어 출렁이는 신경적 사건들을 발견하여 보고하고 있다 (Lee et al., 2007).

마지막 전략은 인위적으로 뇌의 특정 부위들을 직접 자극하면서 시각경험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림 c]에 묘사된 것은 초기 시각피질에 자기장충격을 가했을 때 시의식의 내용에 어떤 손상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공선(共線)적으로 연결된 신경집단들간의 신경적 연결이 강하여 동일한 정도의 자기장의 교란에 덜 영향받음을 보여주고 있다 (Kamitani and Shimojo, 1999).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축적되어 시각의식의 생성에 필요충분한 뇌활동의 얼개가 분명해진다면 우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뇌는 온전하나 망막이 손상된 사람들이 시각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카메라로 시각입력을 분석하여 뇌를 직접 자극하는 의공학적 시스템의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의식의 뇌과학적 이해를 통해 인간이 살고 있는 인위적 환경을 보다 '뇌친화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에서 효율적이고 생생한 감각경험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미디어 개발에도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실생활에서의 쓰임새도 있지만, 과학의 현미경 바깥에 있던 의식을 실험실로 끌어들여 그 비밀을 밝혀내는 일 자체가 뇌과학자들에겐 매우 가슴 두근거리고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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