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침에 초콜릿음료 네스퀵을 한 잔 마셨다. 그는 외출하기 위해 리바이스 청바지와 DKNY 티를 입었다. 나이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 그는 친구와 함께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델몬트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한국 젊은이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일과다.

지난달 21일 번역·출판된 『나쁜기업』은 아동노동, 전쟁, 환경파괴 등을 일삼는 세계적 재벌기업들을 파헤친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쁜기업』을 토대로 ‘그’의 하루를 재구성하면 이렇게 된다.

‘그’는 개가 감시하고 채찍이 위협하는 작업장에서 8~14세의 아동이 재배한 카카오로 만든 네스퀵을 한 잔 마셨다. 그는 근무가 끝나면 회사대표들 앞에서 완전히 발가벗고 도둑질을 안했다고 확인 받아야하는 공장에서 만든 리바이스 청바지와 주당 근무시간이 70~80시간이고 초과근무 수당도 없는 노동자들이 만든 DKNY 티를 입고 외출했다. 시간당 170원을 받는 중국의 여성재봉사들이 만든 나이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 그는 채식동물인 소에게 식물성먹이 대신 가공된 동물시체를 사료로 사용해 광우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고 비행기에서 유독한 살충제를 뿌리는 와중에도 노동자가 보호복도 입지 못한 채로 일하는 농장에서 생산된 과일로 만든 델몬트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분명 위에서 언급했던 그의 일상이다.

저자인 클라우스 베르너(Klaus Werner)와 한스 바이스(Hans Weiss)는 “직접 조사한 것만을 증빙자료에 의거해 썼다”면서도 “제외된 기업들은 단지 지면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행운을 얻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480쪽이나 되는 책에 제시되는 그들의 횡포는 극히 일부분인 것이다.

나쁜기업
클라우스 베르너·한스 바이스 지음┃손주희 옮김┃프로메테우스┃479쪽┃1만6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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