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진 반면 심리적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진 듯하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형식적으로는 이미 세계시민이지만 세계시민으로서의 관념은 아직 미성숙하다.

지난달 10일 출간된 『세계시민주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도덕원리를 성찰한다. 저자인 콰메 앤터니 애피아(Kwame Anthony Appiah)는 윤리학, 철학, 인류학 등을 넘나들며 세계시민주의를 다채롭게 설명한다.

저자는 세계시민주의의 두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하나는 형식적인 시민적 유대를 넘어서는 책임의식 즉 도덕이념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는 국가나 민족이 아닌 인류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인간의 보편적 양심을 바탕으로 ‘이방인에 대한 의무’를 가질 것을 역설한다. 다른 하나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뿐 아니라 특수한 삶의 가치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나와 너를 포함한 모든 이방인들은 ‘조각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데 각기 다른 ‘조각난 거울’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인류에 대한 헌신과 지역적 충성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그의 사상은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다. 그는 다섯 아들을 고아원으로 보냈던 루소를 ‘자기 인류는 사랑했지만 자기 가족은 미워한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키케로의 주장을 빌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지역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세계시민주의는 추상적인 이상론으로 들릴 법도 하다. 하지만 관념 속의 ‘이방인’을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로 끌어내리려는 저자의 노력은 세계시민이 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숙고하게 한다.

세계시민주의
콰메 앤터니 애피아 지음┃실천철학연구회 옮김┃바이북스┃330쪽┃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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