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SR이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경영을 기업의 핵심전략으로 놓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는 당연히 이런 기업에 호감을 가지며, 이는 결국 기업의 이익증진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관점을 대학에도 적용해보자.

서울대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Cam-pus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 대학의 목표중 하나는 국내외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거창한 목표를 생각하기 전에, 대학 구성원들이 학교내부와 주위 환경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중인지 생각해보자.

서울대가 일년간 사용하는 수돗물 양은 약 160만톤 정도로, 서울시 전체에서도 단연 수위에 올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한 서울대의 정책적인 노력은 전무하다. 국내외의 물부족 이야기를 남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이래서는 국제적인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학교 당국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다른 예로 학교 주변의 도림천을 살펴보자. 현재 도림천은 평소에는 악취의 주범, 비가 오면 홍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도림천 지역 주민들은 그 원인이 서울대에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해 오기 전인 40년 전에는 도림천에 물이 풍부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후손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물려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물순환의 관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개발 이전의 자연상태에서는 내린 비의 약 60-70%가  땅속으로 침투되고 침투된 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서서히 하천에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캠퍼스가 건물과 도로로 덮인 지금, 침투되는 빗물의 양은 10-2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 물순환이 파괴되어 홍수, 건천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물문제들이 지금과 같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관악캠퍼스 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악산과 캠퍼스에 떨어지는 빗물의 양은 일년에 1000만 톤이 넘는다. 이 중 8%인 80만 톤만 사용하더라도 현재의 수도요금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한 예로 대학원 기숙사에서는 일년 중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 2600톤의 약 60% 가량인 1500톤을 화장실용수로 사용하여 수돗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버들골에 있는 연못에서는 빗물이 땅속에 침투되어  하류에 친환경적 공간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모두 자연의 위치를 이용하므로 운영비나 에너지가 안 드는 친환경시설이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학교 당국에서는 빗물 이용과 침투를 포함한 물관리 마스터플랜을 세워 캠퍼스 전역에 물 절약과 친환경 시설을 도입하여 캠퍼스내 물자급률을 단계적으로 높일 것을 제안한다. 또한 캠퍼스의 환경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학교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내부의 불합리한 물 이용과 지역과의 갈등문제, 그리고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몸소 실천하는 교육을 받은 학생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대접 받을 수 있다. 친환경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행동하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서울대의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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