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신청을 위해 수강편람을 뒤적이던 인문대 03학번 정 모 군은 ‘선과 종교수행’이란 교과목에서 눈길이 멈췄다. 강의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강의계획서를 확인해 봤지만 ‘강의계획서가 등록되어 있지 않거나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글만 확인할 수 있었다. 생소한 과목이라 과목명만 가지고는 강좌 성격을 알 수 없어 정 군은 수강 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강의계획서의 낮은 입력도와 빈약한 내용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의 관련 정보와 관련해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신빙성 있는 수단이 강의계획서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강좌의 절반이 넘는 강좌의 강의계획서가 게재돼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강의계획서마저도 몇 학기째 변함 없거나 형식적으로 작성돼 본 수업의 내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몇몇 신규 강좌의 경우 비슷한 기존 강좌의 강의계획서를 참고해 본부에서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본부나 학과 차원의 체계적 관리 방침 마련해야

강의계획서의 부실함은 일차적으로 담당 교원의 책임감 부족에 기인하나, 강의계획서를 관리하고 시간 강사를 배정하는 행정상의 문제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다. 본부는 각 학과와 교원들에게 강의계획서를 작성해서 게시해 달라는 권고 외에 제재 장치나 체계적인 강의계획서 관리 방침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또 수강 편람과 강의 일정은 직전 학기초에 결정되지만 각 강의별 시간 강사의 선정은 행정상 본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결정되고 있어 애초에 시간 강사는 강좌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한다.


▲ © 양준명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SNUlife, 강의정보사이트 등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의계획서를 공유하고 강좌를 들은 학생들이 정보를 제공하는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을 통해 교환되는 정보가 내용이 편향되거나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주먹구구식이 아닌 학과별 책임 아래 각 강좌별로 자세하게 작성된 강의계획서가 공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과 사무실이 나서서 해당 학기에 개설된 강좌들과 과거 몇 년간 강좌들의 강의계획서를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 국사학과가 모범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조기 수강 신청 후 변경할 수 있는 학점이 6학점으로 제한돼 강의계획서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단순히 강의계획서를 성실히 작성해 달라는 식의 본부·학과의 권고는 무책임하다. 학교측에서는 교원의 부지런함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강의계획서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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