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뿐만 아니라 각 대학 및 단과대에는 대부분 그 단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다. 서울대 정문의 구조물이나 법대의 ‘정의의 종’ 등이 그것이다. 상징물은 단순한 조형물이라는 개념을 넘어, 그 대학 및 단과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소속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단위의 전통을 반영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사회대에도 그 연원은 알 수 없으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2008년 2월까지 1층 로비에 걸려있던, ‘사회과학’ 글자가 새겨진 대형 서울대 교표가 그것이다. 이 조형물은 3월 개강과 함께 사회대 소식을 알리는 대형 PDP 브라운관으로 교체됐다.

이 조형물이 공인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회대 졸업생들이나 신입생들이 그간 그 조형물을 일종의 사회대의 대표적 상징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 교표 아래서 졸업 및 입학사진을 찍었던 학생들도 다수다. 아침 수업을 들으러 가며 마주치는 그 조형물을 보고 내가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상기한 적도 많았다는 동료들도 있었다.

물론 21세기 첨단시대에 보다 편리하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설치된 PDP가 단지 걸려있는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조형물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우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실용적인 것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결과만 좋으면 되지 전통이나 정신이 무슨 소용이냐는 값싼 의식이 조형물 교체 문제에서도 암묵적으로 반영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전신인 서울대 문리대까지 포함하면 사회대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그 50여년의 역사 동안 분명 훌륭한 선배들이 갈고 닦아 빛나게 만든 사회대만의 정신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사회대에 단과대 전통을 반영하는 조형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비싼 돈을 들여 조형물을 새로 만드는 것도 진보의 요람 역할을 해온 사회대의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대에 몸담고 있는 학생으로서, 적어도 수년간 1층 로비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대 대표 상징물의 역할을 해왔던 그 ‘사회과학’ 대형 교표가 다시 사회대 어딘가에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동민  외교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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